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대상을 좋아하게 되는 건 대개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고유성, 다른 하나는 재미.
다시 말해, 남들과 다른데도 재미있는 것이 내 관심을 끈다.
이를테면 라멘.
전국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그 라멘 말고,
요리사의 고집과 개성이 녹아 있으면서도 맛있는 라멘.
대중성 속에서 미세하게 어긋나 있는, 그러나 조화를 이루는 그 라멘.
나만의 입맛을 ‘만들어내는’ 라멘.
부산에서 먹었던 마제소바가 그랬다.
라멘은 아니지만,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미.
대표적인 마제소바의 맛을 따르되, 뭔가 다르게 풀어낸 그 한 그릇.
나는 그 한 그릇에 집중했다.
가게의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마제소바를 먹으러 갔으니, 나의 관심은 오직 그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체로 이렇다.
예를 들어 보자.
• 부산 마제소바
• 드라마 ‘도깨비’, ‘태양의 후예’
• 배우 김고은
• 뉴욕 체류 여행
• 보스턴의 햇살 가득한 주택
• 비 오는 날, 동경에서 우연히 만난 커피와 초코 크라상
• 에비스에서 500엔 하우스 브루 맥주 한 잔과 짠 안주
• 유니클로, 나이키, 무인양품(MUJI)
• 도큐 핸즈
• 일본과 미국의 백화점과 마트에서의 ‘풍성함’
• 애플의 모든 것
• 태연, New Jeans, Aespa, Adele, Ed Sheeran, Liam Gallagher
• 만화 캐릭터 용오
• Imagine Dragons, Alan Walker
줄줄이 나열해 놓으니 잡다하게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목록은 결코 즉흥적이지 않다.
좋아하게 되기까지 수많은 검증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건 실망하고 멀어졌고,
어떤 건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뇌리에 맴도는 기억처럼.
좋아하게 되기까지, 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결점은 괜찮다. 하지만 나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안 된다.
수많은 음악, 수많은 드라마, 수많은 영화 속에서
단 하나라도 마음에 들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다.
반대로, 1화도 넘기지 못한 시리즈가 한두 편이 아니다.
좋아하면 열 번이고 보고, 아니면 아예 접는다.
곁에 두지 않는다.
그게 결벽일 수도 있다.
덕질도 못 한다.
음악이 좋으면 음악만 듣는다.
가수 이름도, 프로필도, 타이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좋으니까 반복해서 듣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의 이름과 곡 제목이 슬며시 마음에 들어온다.
항상 그렇게 천천히, 깊이 스며든다.
요즘 나는 일본 여행을 준비 중이다.
그러다 보니 또,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밥은 먹어야 하니 노포나 맛집을 찾고,
숙소는 깔끔하고 접근성 좋은 비즈니스호텔이면 충분하다.
그보다 내 고민은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다.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도큐 핸즈, 츠타야, 스페셜티 카페, 동네 빵집, 경양식, 진한 노른자의 달걀,
맛있는 당근, 편의점 도시락, 밀크티, 진저에일…
그러니 묻는다.
그것들을 즐기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가이드북은 펼치지도 않았다.
SNS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북마크만 반복해서 본다.
그중 하나가, 일본의 시골 마을에 있는 ‘Stone Bakery & Cafe’.
그곳의 빵은 오직 그 사람만의 철학으로 구워진다고 한다.
문제는 그곳에 가는 방법이다.
몇 번의 환승, 제법 긴 도보.
거기까지 다녀오면 2~3일은 필요할 것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요즘 나는 그런 고민을 한다.
시부야를 기점으로 반경 1시간 내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나만의 여행기를 써볼까도 생각했다.
Unique 하고 Fun 한 일본 여행.
나만의 TO-BE는 어떤 모습일까?
돌아오는 길에 ‘잘 다녀왔어’ 하고
혼자 미소 지을 수 있는 여행,
그런 여행이 진짜 내 취향의 한 조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