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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zzle #9. 나를 사랑하는 운동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어린 시절, 조기 교육의 한 축은 ‘학원 보내기’였다.

피아노 학원, 태권도장이 대표 주자였고,

내게 운동은 곧 태권도장을 의미했다.


꽤 오래 다녔다. 국민학교 6학년까지.

아동용 검은띠 3품에 이르렀다.

그러니, 나의 운동 시작은 아마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진짜 운동의 시작은 고등학교 때였다.

누군가를 동경했고,

그와 같은 몸을 갖고 싶었다.

그리하여 바벨을 들고, 푸시업을 하고,

드래건 포즈로 복근을 조이던 시절.


그건 어쩌면 타인을 지향한 운동이었다.


그와 반대되는 운동이 있다.

목표도, 동기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운동.

그 시작은 ‘걷기’였다.

발목과 손목에 2kg 중량 밴드를 차고,

지하철 두 정거장을 걸어 출퇴근했다.


한 달쯤 지나자, 몸에서 4kg의 지방이 빠졌고,

그때서야 운동답게 운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당시 가장 ‘핫’하던 피트니스 클럽에 가입했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출근하거나,

회식 대신 운동을 택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식생활은 하루 한 끼.

채소 샐러드만 먹고, 하루 종일 물을 들고 다녔다.


추가로 2kg 정도 감량했다.

체계적인 운동의 필요성, 적절한 식이요법의 필요성을 경험한 기회였다.


그로부터 몇 주 뒤,

내 책상 한편엔 사탕과 초콜릿이 쌓이기 시작했다.

당이 떨어져 짜증을 낸다고 생각한 동료들의 궁여지책(窮餘之策).

사실과는 달랐지만, 그 관심이 고마웠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운동’만 골라 집중했다.

줄넘기만 몇 달,

쇠막대기 들어간 연습용 목검으로 내리치기만 몇 달.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거다!’ 싶은 순간엔 온몸으로 달려들었지만,

조금의 단맛만 맛보고 끝났다.


그때 알았다.

운동에도 이론과 실제가 필요하다는 걸.


그래서 책을 찾아 읽었다.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의 『내 몸 사용 설명서』를 시작으로,

도서, 학술 자료, 건강기관의 리포트 등을 닥치는 대로 참고했다.


그 후부터 아스피린 프로텍트 100mg을 매일 복용한다.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이었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콜레스테롤 판정을 받았지만,

심혈관 위험 요소는 없었다.

신체 현상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언제나 복합적이다.

약의 도움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운동 목표는 ‘건강’이다.

그리고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3개월의 법칙

운동이나 식이요법의 효과는 최소 3개월 이후에 나타난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는다. 매일의 실천이 중요하다.


2. 균형 잡힌 식사

특정 음식에 집착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다.

짠맛이나 단맛 등 특정 미각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3. 기초 대사량 보전

운동량은 기초대사량(1,000~1,200kcal)을 제외하고 섭취한 열량을 소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워치로 실시간 소모 칼로리를 확인하며 균형을 맞춘다.


4. 지속 가능한 운동 방식 선택

단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보다,

오랫동안 꾸준히 움직이는 방식이 나에게 맞는다.



그리고 나를 위한 운동 루틴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 정체(整體)

요가와 스트레칭을 통해

척추와 어깨를 바로잡는다.

몸이 바로 서야 영양도, 운동도 온전히 효과를 낸다.


• 걷기

운동의 출발점.

속도를 높이기보다, 올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우선이다.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고, 턱은 당기고, 허리는 펴고.

목표는 3km, 약 30분 정도.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다시 시작할 때 가장 좋은 루틴이다.


• 러닝 (계획 중)

줄넘기를 20분 이상 가능해지면,

인터벌 방식의 러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심박수를 최대치의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웨이트 트레이닝 (계획 중)

1~2kg부터 시작해 근육에 저항감을 준다.

10회 3세트를 기준으로, 점차 횟수와 세트를 늘려간다.

저항이 줄어들면 1kg 단위로 중량을 높인다.



운동은 이제 단순한 몸만들기가 아니다.

건강을 위한 선택이고,

아이를 위한 배려이며,

결국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나는 가능한 오래, 아이 곁에 있고 싶다.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겠지만,

걱정을 남기고 싶지 않다.


내가 건강한 것,

그 자체가 아이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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