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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Sep 08. 2018

살림

Plan, Do, See

살림은 미리 준비하는 행위이다.


내일 아침 버터 토스트를 먹고 싶다. 그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냉장실 문에 넣어둔 버터를 꺼내 조리대 위에 올려놓는다. 아침에 냉장실에서 꺼낸 버터는 뚝뚝 부러져, 빵에 발리는 것이 아니라 얹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온에 버터를 꺼내 놓으면, 혹시 잊고 잤다면 일어나자마자라도 버터를 가장 따스한 곳에 놓아두고 씻으면, 버터를 꼼꼼하게 그리고 얇게 빵에 바를 수 있어서, 버터의 고소함이  적당히 느껴지는 버터 토스트를 '바삭'하고 맛볼 수 있다.


살림을 정의하기 위해, 상기 '버터 토스트'의 사례를 분해해 본다. 


우선 계획 세우기: 내일 아침 메뉴는 버터 토스트. 그럼 필요한 식재료는 버터, 식빵, 커피(캡슐이든 드립이든 평일 아침이니까 캡슐!). 필요 도구는 토스터, 캡슐 커피 머신, 잘 물러진 버터를 바를 버터 칼. 그리고 식탁 위에 깔 식판과 토스트를 얹어 둘 둥근 그릇, 커피를 내릴 중간 크기 머그 컵. 탄수화물과 동물성 지방, 카페인을 먹으니 과일이나 샐러드가 필요할 것 같다. 자기 전에 과일을 냉장실 눈높이에 두고 자자.


준비: 버터를 냉장실에서 꺼내 조리대 위에 올려 둔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아침에 마실 캡슐을 골라 둘 수 있겠다. 조리할 시간과 씻을 시간을 감안해 알람을 맞추고 잔다.


실행: 먼저 버터 상태를 본다. 물론 처음 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결과가 예상되니 바로 씻으러 들어가면 되겠다. 혹은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식빵에 버터를 발라 두고 씻으러 가도 되겠다. 식빵에 버터가 조금 스며든 상태에서 토스팅 한 결과가 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으니. 씻고 와서 식빵을, 혹은 버터를 잘 바른 후 식빵을 토스터에 넣고 스위치를 올린다. 그 사이 캡슐 머신을 예열하고, 골라둔 캡슐을 넣어 커피를 내린다. 냉장실 문을 열고 과일을 꺼내어 씻고 먹을 만큼 그릇에 놓는다.


정리: 흐르는 물에 수세미로 몇 번 씻으면 되는 과일 그릇과 커피 머그잔, 약간의 세제를 묻혀 동물성 지방을 씻어내야 할 그릇. 설거지용 대야에 담가 두고 저녁 식사 후 한꺼번에 씻을 것인가 아니면 간단하니 바로 씻을 것인가? 토스트를 담은 둥근 그릇은 저녁 식사에 사용해야 하니 후다닥 씻어 건조대에 걸어 두는 것이 좋겠다.

이러한 일련의 생각과 실행을 합쳐 '살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상기 내용은 전면에 드러난 살림의 계획과 행위다. 이렇게 단 시간에 실행하고 준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해야 할 살림의 행위는 무엇인가?


세척 혹은 청소: 조리대는 사용 전후 깔끔하게 닦아 두고, 정기적으로 소독한다. 캡슐 머신은 정기적으로 식초 등 염기성 용액을 사용해 물이 공급되는 파이프와 커피가 추출되어 나오는 파이프를 세척한다. 토스터는 1주일에 한 번은 바닥판을 열고 떨어진 빵가루를 제거하고 좁은 솔로 굽는 곳에 묻어 까맣게 탄 부스러기를 털어 둔다. 이것이 잘 골라 구입한 조리 도구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구입 및 보관: 1주일 단위로 식단을 구상해 두었다면, 식빵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1주일 내에 소비할 양만큼이. 버터 역시 준비되어 있어서, 상온에서 천천히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캡슐은 떨어지지 않게 잔여 개수를 확인한다. 


모닝 버터 토스트를 중심으로 '살림' 행위를 분해해 봤다. 아마도 여기에는 실내 청소나 유리창 청소 같은 독립적인 행위, 건강한 식재료 확보를 위한 발코니 채소 혹은 과일 재배의 내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살림이 추구하는 목표는 '구성원의 건강한 삶'이고, 이를 위해 '살림'을 통해 의식주의 기본적 거주 환경을 관리하고, 문화 등 정신적 환경을 적절히 유지한다.


'Plan-Do-See(계획-실행-점검)'으로 살림을 정의 및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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