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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Feb 06. 2020

Focus

만화 '킹덤'을 놓지 않고 읽고 있는 이유는, 기존 유사 작품과는 초점 focus가 다르기 때문이다.


'킹덤 Kingdom'은 진시황제의 중국 통일 과정을 경로로 삼고 있다. 물론 이 작품도 삼국지, 초한지와 같이 장군들의 일기토, 마음, 전략이 그려져 있지만, 징집된 농민 병이 전쟁의 과정에서 어떤 마음과 모습인지 생생하게 전한다.


주인공은 노비 출신으로 징집 대상조차 되지 않는 인물이다. 우연한 기회에 왕족의 반란에서 진왕 영정을 구한 덕분에 집과 약간의 토지를 갖게 되고 이로써 농민 병으로 전쟁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그의 꿈은 중국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천하대장군'이 되는 것이다. 무공에 무공을 더해 천하대장군이 되려고 한다.


이런 꿈 혹은 생각은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인다. 작품 내에서도 귀사족 병사(귀족 출신의 병사)도 대장군이 되기 어려운데 '노비 출신의' 네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편견이 나온다. 하지만 진나라는 법치 국가로 공을 세우면 그 대가를 받게 되어 계급이 올라가고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된다. 첫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 백인대 대장으로 수직 상승한 주인공이 점점 더 성장을 거듭한다.


인기 만화가 갖는 공통점 중 하나는 성장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전술한 바와 같이, 직업은 농민이나 군역을 수행하는, 어쩌면 사명감 없이 창을 들고나갔다가 화살 받이로 생을 마감하는 백성들이 전쟁의 승리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를 들을 때 '리더 중심의 역사'를 듣는다. 선덕 여왕이 첨성대를 만들도록 지시했을 수는 있지만 설계, 구축은 기술자 혹은 백성이 했다. 삼성 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통해 큰 이익을 보지만, 이를 위해 사원, 대리, 과장, 팀원, 팀장은 워라밸을 잊고 잠도 없이 일을 했을 것이다. 사업 기획서를 만들고, 몇 번의 반려에 대응하느라 무수히 PPT 파일을 수정하고 수정했을 것이다. 아이디어가 없다는 핀잔에 책도 뒤지고 인터넷도 뒤졌을 것이다. 네트워크가 있다면 경쟁사의 내부 움직임도 귀동냥했을 것이다. 혹은 위로부터 내려 온 정보를 듣고 기획 안을 보완했을 것이다.


리더나 왕조, 정부가 한 일이 역사가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터닝 포인트가 되고 실제로 일을 해서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혼자서 iPhone의 케이스를 만들고 회로를 설계 조립했으며 OS를 만든 것이 아니다. 혹은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의 지시를 내린 것도 아니다.


리더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구성원이 성실하고 기발하게 일했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결과가 산출되는 것이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킹덤

저자 하라 야스히사

출판 대원씨아이

발매 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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