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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Dec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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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일은 이제 큰 일(big deal)은 아니다. 그렇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일은 아직 큰 일이다. 물론, 그런 여행의 우리네 영역은 한 국가도 단위가 될 수 없고, 국가 > 지역 > 맛집이라는 규모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행지를 정하고 근처 맛집을 찾는 것이 우리들 (ordinary people)의 방식일 것이다. 음식을 정하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도 없지 않겠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물관, 관광지, 명소가 가이드마다 기술되어 있다. 뉴욕에 가면 현대미술관 MOMA나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고 누구나 코스에 넣는 명소다. 


일본 혼자 여행을 시작으로, 출장과 견학 등을 이유로 많은 국가를 다녀봤다. 미국 뉴욕에서는 2.5개월 간 체류여행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는 출장으로 갔다. 워크샵이라 센 강의 유람선에서 핑거 푸드를 먹으며 파티도 했다. 중국 북경에서는 왕복 8차선 대로를 차와, 걷는 이들과, 우마차가 함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는 모습도 봤다. 신혼여행은 발리 클럽 매드였다. 미국 보스턴은 뉴욕 체류 여행 중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일본은 동경과 디즈니랜드, 오사카, 고베, 나라 등을 가봤다. 열도를 가로로 횡단하는 견학도 대학생 시절 다녀왔다. 그 때 쌓은 마일리지로 아내와 아이는 대만을 다녀왔다.


모두 무엇인가 보기 위해 다녀온 곳들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다. 정확히 표현하는 집밥 조리에 관심이 많다. 물론 직접 하는 날이 많다. 동네 근처를 포함해서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꽤 많은 맛집을 경험했다. 강릉이 커피의 메카가 되기 전 테라로사를 포함해 방문하는 곳의 유명 카페 몇 군데는 발도장을 찍었다. 남도 보성의 녹차 밭과 대나무 숲도 경험 했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다녀온 적은 없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여행 다니는 욕구는 영상으로 풀고 있다. 여기 몇 편을 소개해 본다.



이 시리즈는 바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다룬다. 이 시리즈 오프닝 음악의 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배가 고파서 행복한 이가 온 세상을 누비네요 (중략) 딱 하나만 부탁 드려도 될까요 (중략) 누구라도 좋답니다. 맛있는 것 좀 주세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난 여행이니 ‘배가 고파서 행복’한 것이다. 이 시리즈는 시즌 4부터 보게 됐다. 그런데 옴니버스 구성의 장점은 아무 시즌이나 먼저 봐도 된다는 점이다.


주인공 필은 먹고 ‘맛있다’를 반복할 뿐이다. 조리 과정, 관련 문화 등등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간혹 함께 나와 음식 설명을 하는 가이드가 첨언하기는 하지만 우리네 수준이다. 


먹고, 맛있다의 반복. 우리가 그렇지 않나? 이 시리즈에서 필자가 얻은 것은 (반드시 무엇을 얻기 위해 영상을 보는 사람은 아님) ‘아, 저 나라 혹은 저 지역은 이 음식이 맛있구나!’ 정도다. 어느 지역인지, 가게 이름이 무엇인지(잘 방영되지도 않는다), 음식 이름이 무엇인지 메모도 하지 않는다. 그냥 본다.


유명 레스토랑도 있고 스트리트 푸드도 있다. 오프닝 음악의 가사대로 ‘맛있는 것 좀 달라’며 돌아다닌다. 마치 디즈니 만화 암탉이 전생이었을 것 같은,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는.



백종원씨는 유명하다. 많은 방송국 예능에서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는 대중 음식 전문가다. 최근엔 야단도 치고 돌아다닌다. 또 랜선 조리 강좌도 한다. 


그가 아시아와 미주 대륙 등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소개한다. 대부분 스트리트 푸드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완성된 음식부터 식재로 재배에 이르는 과정을 거꾸로 보여준다. 곡물을 활용한 음식은 완성된 모습에서 조리하는 과정, 식재료를 받는 과정, 식재료를 담는 과정, 식재료를 수확하는 과정의 역순으로 보여준다.


거기에 전문가의 설명도 추가된다. 매력적인 부분은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물론 자신의 입맛이라고 사견임을 분명히 하지만, 필자가 간과하는 부분을 잘 긁어 주었다. 메뉴마다 맛있게 먹는 법이 있다. 어떤 음식은 어떤 조미료와 함께 먹는 것이 맛있는지, 어떤 음료와 함께 하는 것이 맛있는지를 잘 알려 준다.


야시장의 맛집들, 동네 맛집들, 거리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들 등 스트리트 푸드를 주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풍미 원산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날로 중국에서 제작된 시리즈다. 벌써 시즌 3다. 중국을 경상도, 강원도 등과 같이 성 단위가 아니라 차오산, 간쑤, 윈난 등 지역 단위로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이어서, 식재료가 발효되는 과정이 단면으로 자세히 보인다. 조리 과정에서 식재료가 변화하는 모습을 클로우즈 업한다. 


‘전통적으로’라는 말이 자주 나오긴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제작되어 ‘혹시 가게 되면 먹을 수 있겠구나’ 싶다. 유목민들이 방목을 하는 동안 먹는 모습, 가정에서 조리한 밥도둑 음식들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양의 위는 공기가 새어 나오지 않아, 그 안에 식재료를 넣고 돌을 섭씨 200도 이상으로 달구어 넣고 입구를 봉하면 돌에 닿은 면은 구워지고, 다른 부분은 삶아지며, 전체적으로 압력솥에서 조리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 된다. 그런 모습들이 상세히 나온다. 양꼬치의 다양한 버전도 볼 수 있었다. 중국의 백주가 조리 과정에서 사용된다. 단지 볶을 때 팬에서 불을 일으켜 잡내를 날리는 역할 외에도 발효시킬 때도 사용된다는 점도 알았다. 양고기 국수는 안동 고기 국수 같은데 먹어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도 ‘길 위의 셰프들’이 많이 계신다. 오랜 시간 조리를 해 온 분들의 노하우는 놀랍다. 단순히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으로 떡볶이 양념을 만드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 시리즈에서 보는 길 위의 셰프들도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축적된 그들의 손맛이 눈에 보인다.


이 시리즈는 셰프들의 개인사가 속속 첨언되어 있다. 길 위에서 조리를 하는 삶. 시작이 쉽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 국가나 지역을 불문하고 비슷할 것이다. 조리에 뛰어나다고 하여 미쉐린 별 받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TV 오디션 ‘싱 어게인’에서 한 참가자가 말한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전해야 하는데 (자신의 처지로 인해) 과연 웃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음식도 대중음악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트리트 푸드이든 레스토랑 푸드이든, 먹는 이의 즐거움과 행복이 목표일 것이다. 설혹 쥐가 요리한 라따뚜이지만, 어린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삶을 되짚어볼 수 있다면 보다 행복한 삶으로의 전환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올바른 방법을 찾아 노력해 온 사람이라면 조리대가 거리에 있든 호텔에 있든 먹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감각하게 할 것이다. 위 4 편의 시리즈는 누군가 대표로 노하우가 축적된 곳에 가서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프로그램들이다.


이런 시리즈로 우리는 대리만족, 간접경험을 얻는다. 더욱이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다행히 우리의 대리자들이 알려주니 반 정도라도 즐겁다. 반 정도라도 행복하다. 비슷한 음식이 배달이 되면 금상첨화일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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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입맛은 단지 그의 입맛일 뿐이다. 전문가의 ‘맛있다’ 평을 따르며 그곳에서 먹자고 내린 자신의 의사결정에 안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든 맹신은 좋지 않다. 이는 과하면 탈이 된다는 과유불급에 해당된다. 


전문가는 다각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가진 사람이고, 그들의 말은 그 결과를 전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그럼 먹어보자’라는 마음을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혹은 ‘여기는 그들이 소개했으면 해’라며 미지의 탐험가가 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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