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브리엘의오보에 Feb 09. 2021

Prefix Home: Concert 140612

Gabriel's Playlist

Photo by Conrad Ziebland on Unsplash


https://music.bugs.co.kr/musicpd/albumview/9125


고등학교 이후 저녁형 인간이었습니다. 새벽 2~3시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힘이 없는 저였습니다. 몸은 언제나 천 근 같았고 자도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옮긴 후 저녁 10시에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됐습니다. 아침형 인간 관련 도서도 읽은 후였습니다. 건강 서적도 읽은 후였습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는 반드시 잠을 자야 한다고 합니다. 신체가 스스로 정비하는 시간이랍니다. 그런데 갑자기 될 리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준비가 필요하니까요. 


밤 9시 30분에 자리에 눕습니다. 머리를 베개에 놓고 눈을 감습니다. 눈은 감았지만 정신은 말짱합니다.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몸이 달았습니다. 그 후 1주일 동안 낮에 운동을 했습니다. 피곤하게 만들어 잘 생각이었습니다. 너무 피곤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더니.


그렇게 10시에 잠이 들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불면은 계속 됐습니다. 맥주 330 ml를 마셨는데,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뭐냐, 이거!! 잠자는 데도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


Photo by Mehrpouya H on Unsplash


모든 것에 낙담하고 자기 비하에 이를 정도로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큰 대(大)자로, 베개도 없이 누었습니다. 흥분하면 방해될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 시켰습니다. 그러다가 아침이 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놀랐습니다. 기분도 꽤 좋았습니다. 어제 밤 상황을 떠올리고 재현하려 했습니다. 방법을 생각하느라 실패했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워야 새로움을 담을 수 있다.’ 방법이고 재현이고 밤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벌렁 누워 ‘없다’ 했습니다. 자신도 그 무엇도 아무 것도 없다 했습니다. 잠이 오면 어떻고 안 오면 어떤가? 그냥 눈을 감고 흥분은 가라앉히자. 몇 번 성공했습니다. 


성공이 매일로 전환되면서 일어나는 시간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늦게 잘 때와 마찬가지로 일어났습니다. 밤 10시에 자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집니다. 새로운 노력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는지도 잊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에어팟으로 음악도 틉니다. 헤드셋은 불편했습니다. 에어팟도 귀 위쪽 머리만 베개에 대어야 하니 평소보다 불편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냥 하늘을 보고 벌렁 누었습니다.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고막을 때리도록 놓아두었습니다.


깨어있는 상태를 놓아야 잠든 상태에 이르는 모양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Photo by Aron Visuals on Unsplash


서혜진 / 너에게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음악추천 #불면증 #내려놓기 

매거진의 이전글 Prefix Home: Screen 존 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