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는 새벽 세 시

오지은 / 익숙한 새벽 세 시

by 가브리엘의오보에

내가 세상을 사는 리듬과, 내게 다가오는 세상의 리듬은 달랐다. 내게 맞는 것과, 내가 좋아서 선택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컸다.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읽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썼다. 그리고 계획을 세웠고, 실천을 했고, 계획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난 나에게 맞지 않는 계획을 세울 수 있지?”


내가 스스로를 모른다. ’이상적인 내 모습’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이전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닌가? 당연히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 아닌가? 몇 번의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며 느낀 것은, 계획과 목표가 허황된 것이 아니라, 계획의 출발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계획의 출발점은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의 내 모습에 맞춰져 있어야 했다. 보다 객관적인 비판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출발점도 이상적인 모습에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계획은 1주일도 지속되지 못했다. 예를 들면, 3~4년 전 15Kg 이상 체중을 줄인 적이 있었다. 1년 정도 걸려서 이룬 목표였다. 그 당시 난 어떻게 하든 오후 10시 취침 새벽 5시 기상을 지켰다. 즉, 내 몸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내 몸 사용 설명서’를 먼저 숙독하고 시작한 것이라,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는 인체가 스스로를 보정하도록 계획을 마련했다. 오후 10시에 잠들기 위해 모든 일과를 오후 10시 전에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면, 보통 새벽 4시면 눈이 떠졌다. 일정은 새벽 5시부터. 1시간이 나에게 여유 시간으로 주어졌다. 무엇을 해도 나를 자책하지 않는 시간. 잠에서 깨어난 후 정신을 차리고 새벽 일정을 수행할 준비를 하는 시간. 그러나 나는 가끔 이 시간에 손을 댄 일로 인해 일과 시간을 어기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계획이, 이상적인 내 모습에 맞춰진, 잘못된 출발점이었을까? 아니면 오후 10시에 잠들겠다는 계획이, 이상적인 내 모습에 맞춰진, 잘못된 출발점이었을까?


새벽 5시에 일과의 시작을 맞춘 것은,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고 싶어서다. 체중 감량에도 운동이 필요했다. 단전호흡과 기체조를 합한 태극권 같은 운동, 혹은 목검 휘두르기 100회 같은 것이 내가 계획한 운동이다. 단전호흡과 기체조는 내장 기관을 강화하고 비뚤어진 자세를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생활 유연성을 갖고 코어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목검 휘두르기는 검도에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목검을 크게 휘둘러 목검을 휘두르는데 필요한 근육을 강화하고 싶었다. 지금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변경했다. 팔굽혀펴기(Push-up)와 코어 요가가 그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추가된 것은 생활 근력을 보완하고 싶어서 이다. 1주일에 1회씩 팔굽혀펴기 횟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처음엔 5회로 시작했다. 동작은 힘들어도 표준 자세를 지키려 노력했다. 20회쯤 하게 됐을 때, 팔이 무척 힘들었다. 체중 전체를 팔로 들어 올리는 것 같았다.


오후 10시에 잠들기에 가장 큰 허들은, 일을 다 못 마치는 것이다. 일의 분량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모를까, 남의 돈을 받는 위치에 있을 경우엔, 일의 분량은 남이 결정한다. 내 생산력은 빨리 늘지 않는다. 오후 10시에 잠자리에 들기는 녹녹한 실천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 10시에 잠들기 위해, 회사에서 오후 6시 전후엔 나서야 한다. 눈치도 보이지만, 이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집중력 있게 일과 내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했다. 그러나 집중력은 원하는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 외에도 가정의 일, 대인관계의 일 등 영향력 밖에서 가해지는 압력들이 많다. 집중력이 흩어지면, 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계획은 지연되고 완료 체크를 못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일이 잦아진다 결국 익숙한 나의 새벽 세 시가 열린다. 오늘도 새벽 3시까지 어제 마무리 못한 일로 채우면 내일 어렵게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몸은 엉망이 된다. 정신도 엉망이 된다. 번역자 중에, 조용한 시간, 즉 가족의 일과가 끝난 후 일을 시작해서 아침 출근까지 챙기고 휴식에 들어갔다가, 저녁 식사 등을 마무리 하고 다시 조용한 시간에 일을 한다는 분의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읽었다. 내 계획대로 라면, 몸이 자기 정리 작용을 할 시간에 깨어 있다는 이야기라 수용하기 어려운 스타일의 일과이지만, 부러운 것은 항상성과 지속가능성을 갖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여 앞으로는 익숙한 내 새벽 세 시가, 오후 10시에 잠든 후 새벽에 일어나 만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어제 못한 일을 새벽에 일어나 할 수 있다는 배포를 갖고 싶다. 그렇게 자기 제어가 가능한 나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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