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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ug 15. 2021

거리에 서다

Gabriel's Oboe

*커버 이미지: Photo by Yeshi Kangrang on Unsplash          


*추천 음악: https://m.bugs.co.kr/musicpd/albumview/48499          


2년 전 여느 날처럼 거리에 나설 수 있다면, 

아무런 제약도 생각지 않고 문을 나설 수 있다면, 

난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고 싶은가?           



집 안에 머물을 때, 나는 뉴욕으로, 보스턴으로, 파리로, 일본으로, 중국으로 여행했다. 

지나간 사진들을 다시 화면에 띄우고, 위성사진을 화면으로 불러오며 기억을 더듬었다. 

기억은 언제나 미화된다고 한다. 

싫은 기억을 간직하는 사람은 없다. 

각인된 싫은 기억이 떠오르면 부르르 떨며 떨쳐낸다. 

좋았던 그 장소들로 가고 싶었다. 

갈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리운지도 모른다.          



전염병은 다시 힘을 얻고, 아직은 2년 전 여느 날처럼 문을 나설 수 없다. 

몸은 나설 수 없고, 몸은 나서고 싶다. 

그냥, 누구처럼, 문을 나서 공항으로 가, 비행기에 오르면 된다. 

백신 접종이 끝날 때 가방을 꾸리고 집을 나서면 된다. 

구석에 세워둔 여행 가방으로 시선이 간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못한다. 

가방과 나 사이 보이지 않지만 나를 막는 벽이 있다. 방법이 없을까?          



          

Photo by Erol Ahmed on Unsplash



거리를 걸으며, 거리에 선 ‘나’를 그린 음악이라면 어떨까? 기억을 되뇌는 것보다 더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가본 적 없는 거리의 이야기, 가봤지만 나와 다른 시선. 

조용한 실내, 약간 높인 볼륨, 이어팟이 아니라 스피커로, 주위를 거리의 이야기로 채워볼까? 그럼 좀 위안이 될까? 

영화는 자극이 너무 강하다. 눈으로 귀로 거리를 활보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것은 자극이 너무 강하다. 당장이라도 사회에 등을 돌리고 짐을 꾸려 문을 나설 것 같다.          



생각하던 것보다는 실감 나지만, 영화만큼 자극적이지 않은 방법. 기억과 비슷해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지만, 내 경험이 아니라 낯섦의 신선함.           



지금은 딱 이 정도가 좋겠다.          






#음악추천 #길 #거리 #여행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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