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 여행

일상의 넉넉함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커버 이미지: Photo by Jonathan Chng on Unsplash


사용하고 있는 화장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생각해 보자. 화장지가 빡빡하게 들어 있어서 잘못 잡아당기면 찢어지던 화장지. 이제는 한 장만 빼도 남은 화장지가 박스 아래로 떨어진다. 얼마 남지 않았다.


커피 원두를 구입하면, 포장을 뜯고 진공 보관함에 옮겨 담는다.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져 잔량을 확인하기 좋다. 1 리터 보관함에 커피 원두가 절반 이하로 남았다. 1회 사용량은 20g. 하루에 한 잔 아침 식사와 함께 음용. 1주일 혹은 열흘 정도면 떨어질 양이다.


커피 캡슐은 IKEA 플라스틱 보관함에 보관한다. 흐리긴 하지만 거의 투명한 소재라 남은 캡슐 양을 확인하기 좋다. 온라인 구매 시 최소 배송 가능량은 50캡슐. 녹색 보관함에 딱 맞는 양이다. 커피 원두와 병행 음용한다. 보관함의 1/4 정도 높이를 채우고 있다. 10캡슐 미만이다.


1 pixel-rich-ckepvq29nh8-unsplash.jpg Photo by Pixel Rich on Unsplash


백미를 구입하면 10kg 쌀통에 부어 사용한다. 잡곡 100mL에 백미 400mL를 섞어 밥을 한다. 1~2kg 정도 남았다.


자기 전에 식빵 반죽을 하고 랩을 씌워 냉장고에 보관한다. 아침에 일어나 주방에 꺼내 상온에서 1.5~2시간 발효한다. 잘라서 성형하고 2차 발효 1시간. 그리고 오븐에 구우면 고소한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강력분으로 하던 것을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다목적용으로 변경해 샀다. 강력분만큼 빡빡하지 않은 반죽이 나왔고, 굽고 나서도 강력분보다 부드러운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다. 어제저녁 마지막 가루를 사용하고 집에 남은 밀가루는 없다. 이스트는 구입한 지 9개월이 넘어 반죽을 부풀리는 힘이 약해졌다고 생각한다.


철에 맞게 채소와 야채를 구입하지만, 1년 내내 구매해 두는 채소와 야채들. 밭에서 기른 것은 채소, 들에서 채취한 것은 야채라고 한다. 감자, 양파, 당근, 애호박, 마늘, 대파는 항시 구비해 둔다. 이번 주 미네스트로네와 라따뚜이에 힘을 쓰는 바람에 잔여량이 메뉴 하나 감당할 정도다.


세제는 어떤가? 세제 통이 가벼워 거꾸로 놓아두었다. 밑반찬도 거의 다 먹어간다. 이런 각각의 상황에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불안한가? 아니면, ‘저녁에 마트 한 번 가야겠네’ 싶나? 전자라면 화자와 동일하고, 후자라면 화자가 부러워할 마인드 소유자다.


2 the-creative-exchange-TyBnT0wowmw-unsplash.jpg Photo by The Creative Exchange on Unsplash


일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소모품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을 때,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그 쫓기는 기분이 고스란히 자신을 옥죄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이건 성격의 문제다. 한 때, 강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강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 마음과 달리 여유 있게 행동하기? 그게 쉬운 방법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화자가 싫고 기피하는 마음 상태가 쫓기거나 옥죄는 상태다. 원하는 상황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상황이다.


화자는 마음을 단련하기보다 이성을 앞세우기로 했다. 매주 목요일을 소모품 재고 확인의 날로 정했다.


냉장고를 샅샅이 확인한다. 각 선반에 있는 것을 꺼내어 잔량을 확인하고 깨끗이 닦아 다시 넣는다. 포장이 허술해진 물품은 다시 잘 여며 넣는다. 다용도실과 세탁실, 목욕실과 화장실의 소모품도 확인한다. 각 방에 배치된 소모품 역시 확인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매월 한 번은 제철 식재료를 확인한다. 무엇이든 때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 가장 나은 소비라고 생각한다.


3 katya-austin-koyy-5uzlPU-unsplash.jpg Photo by Katya Austin on Unsplash


이렇게 1주일에 한 번 재고 확인을 하고, 구입할 항목을 정한다. 구입 방향은 이러하다.


커피 원두가 보관함에 절반 이하로 남았지만, 주방 수납 찬장을 열면 뜯지 않은 200g짜리 커피 원두 봉투가 1~2개 정도 놓여 있다. 아~ 안심이다. 쌀은 다용도실에 10kg짜리가 있어서 모레 쌀통을 비워도 다시 채울 수 있다. 냉장고에 양파, 감자, 고구마가 한 번 사용할 정도 남아 있어도 다용도실에 가면 빨간 망에 몇 개씩 담겨 있다. 거실과 방에 꺼내둔 화장지가 가벼워져도, 다용도실에 3개 정도 쌓여있다. 이런 정도의 구입 방향성이면 쫓기지 않는다. 저장실을 열었을 때 나를 반기는 재고. 아~ 안심이다. 이러한 일상 유지에 대한 걱정의 절반 정도를 걷어낼 수 있다.


소심해 보이나? 좋겠다, 강한 마음. 화자의 마음은 강하지 못해 쫓기고 옥죄는 생활을 견디며 살지 않는다. 어떻게 든 이 ‘틀’을 벗어난다. 방법을 생각하고, 정기적인 활동을 만들어 약간 바빠지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잔량이 남아 있지 않아)하면 마음이 여유롭다.


물론, 이런 마음 상황은 개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누구라도 도마를 폈을 때 생각한 재료가 없다면, ‘사러 가야 하나? 거긴 비싼데...’라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동네의 경우, 공산품, 즉 공장에서 가공되거나 포장된 물품은 대형마트가 저렴하다. 커피 원두는 로스터리를 조사했고 이벤트를 노려 싸게 구입한다. 채소나 야채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구입한다. 일상 소모품은 천원 샵을 활용한다. 이렇게 여러 곳의 상점을 활용하는 이유는, 지갑에서 나가는 비용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서다.


4 eduardo-soares-QsYXYSwV3NU-unsplash.jpg Photo by Eduardo Soares on Unsplash


식빵은 구입해서 먹긴 하지만, 구워서도 먹는다. 식빵 한 본지 최소 가격이 2,400원 정도. 마트보다 전문점의 맛이 더 났다. 최근, 마트 빵의 품질은 전문점 정도 된다. 하지만 양이 많아 냉동실 공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입해 냉동해 사용하는 경우, 전문점에서 1~2회 먹을 양만 구입하는 경우, 집에서 직접 굽는 경우를 교차 활용한다. 조리의 즐거움도 누리면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 맛있는 식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유튜브 일상 로그에는 음식을 만드는 동영상이 많다. 장면을 멋지게 편집 연출한 로그가 많다. 흉내 내기 정도지만 나도 해 보면 즐겁다. 그럴 정신이 있는 여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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