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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Dec 15. 2021

헤어짐은 버림이 아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Chandri Anggara on Unsplash


아직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아직 내 마음은 하늘의 은하수만큼 수명이 남았어. 당분간은, 아니 그보다 오래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 우리 관계를 끊어 버리지마. 나와의 관계를 끊어 버리지마.


우리가 관계를 이었을 때, 서로 영원하자고 말하지 않았어. 우리는 하늘의 별 만큼의 연료를 마음 가득 채우고 있었고, 우리 마음은 활활 타고 있었어. 하늘의 별만큼 연료가 있으니 쉬이 꺼지지 않아. 아니 꺼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마음은 별만큼 많은 감정으로 가득했어.


왜? 왜 지금? 언제부터? 정말 끊어 버릴거야?


나는 너의 주인이 아니고 너는 나의 주인은 아니야. 나는 너를 소유하지 않았고 너도 나를 소유하지 않았어. 그러니 너는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어, 바로 내 손을 잡고. 나도 너를 따라 어디든 갈 수 있어. 너도 나를 따라 어디든 갈 수 있어. 


왜? 왜 지금? 언제부터? 정말 끊어 버릴거야?


내 손을 놓고 관계를 끊어 버리고 어디로 갈거야? 무엇을 할 거야? 누구랑 있을 거야? 누구의 손을 잡을 거야? 왜 내 손을 놓고 그 손을 잡는 거야?


아니야. 난 누구의 손을 잡지 않아. 난 어디로도 가지 않아. 너를 따라 세상을 돌아다니고 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어. 네가 웃을 때 나도 즐거워 웃고 네가 울 때 아무 말 없이 네가 기댈 수 있게 가슴을 폈어.


난 원래의 내 자리로 가려고 해. 네 곁에 있기 위해 떠나왔던 그 자리로. 너를 따라 세상을 돌아다니면 이젠 다리가 아파. 너와 함께 한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아. 이젠 싫증이 나. 네가 마시는 차보다 진한 커피가 더 좋아. 원래의 나는 진한 커피를 좋아해. 네가 웃어도 이젠 웃음이 나지 않아. 네가 울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를 강하게 느껴. 난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네 곁을 비우는 거야. 


네 곁이 원래의 자기 자리인 사람이 있을 거야. 너를 따라 세상을 돌아다니지 않고 너와 함께 세상을 돌아다닐 사람이 있을 거야. 너와 입맛이 꼭 같은 사람이 있을 거야. 너만큼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너와 동시에 웃고, 너와 함께 우는 사람이 있을 거야. 관계를 맺는 의식도 없이, 새끼 손가락의 빨간 실을 따라 네 손을 잡는 사람이 있을 거야.


난 너를 버리지 않아. 난 우리 관계를 끊어 버리지 않았어. 단지 난 내 원래 자리로 돌아가.


내 자리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감성의 바다에 함께 누울 사람. 알지 못했던 맛이 내 입맛이 될 기회. 진한 커피를 두 잔 내릴 기회. 함께 웃고 함께 울 사람. 내 새끼 손가락에 달린 빨간 선 끝에 있는 사람. 지금은 찾지 않아. 난 잠시 내 자리에 있을 거야. 감성의 바다에 누워있을 거야. 그럼 내 곁에 있을 거야. 기다리지 않아도 어느새 내 곁에 있을 거야.



#헤어지다 #버리다 #관계 #연인 #이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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