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넌 문과야.”
단지 이 말에 반항하고 싶었다. 깨어진 관계에 맞는 말을 식별할 수 있을 리 없다.
언젠가 글을 쓰고 있었다. 지금 읽어보면 내가 썼는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야’ 싶다. 그런 글이 쌓여, 한 번 대대적으로 지우고, 1,300건이 넘는다. 블로그 한 곳에 쌓여 있는 글이다. 다른 매체를 합하면 1,500건은 넘는다. 하지만 갈팡질팡 우왕좌왕. 난 무슨 글을 쓰고 있나? 이 글을 묶을 주제가 있을 텐데. 어쩌면, 주제 혹은 제목은 ‘먼 산 보기’일지도 모르겠다. 뿌옇게 먼지가 붙은 창을 넘어 보이는 광경은 눈앞 광경이 아니라 머릿속 상상의 이미지다. 그것이 글로 나온 것 같다. 그래, 난 가치 있는 보물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먼 산’을 보며 먼 산에 맺히는 상을 글로 옮긴 지도 모르겠다. 그 산은 다녀왔고 지금도 가는 곳인데도 난 끊임없이 무엇을 찾고 있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찾아내기만 하면 안정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혹시 모험?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나에게 열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인들의 제안으로 여러 곳에서 일 했던 내가, 어느 순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나. 예전처럼 먼저 연락하는 지인도 없다. 내 서류는 일자리를 여는 열쇠가 아니었나? 수많은 성과가 적혀 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메일 한 통에 모였는데. 그래, 이젠 내가 그들에게 가치가 없어. 난 더는 그들의 보물일 수 없어. 그들이 나에게 가치를 느끼지 않아. 그들의 기억에 나의 단점만 남았나 봐. 사납고 바른말 하는 나. 마치 입에 뇌가 달린 듯 거르지 않고 나오는 ‘나만의 옳은 말들’. 이것이 인지 편향이라도 결과는 이렇다.
글을 써서 올리는 일을 지속한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그냥 보낸 하루도 꽤 여러 번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생각이 나면 마인드맵을 켠다. 예전엔 다 채우지 못한 다이어리를 메모장 삼아 연필로 그리고 썼는데, 이제는 마인드맵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켠다. 생각나는 대로 적고 같은 의미는 그룹으로 모으고 그리고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쓴다. 글마다 10명 내외의 독자가 '좋아요'를 누른다. 기분이 나쁘지 않지만 기쁘다기보다 신기하다. 공감했을까? 아니, 알아들었을까? 아니, 내가 못 보는 먼 산의 이름을 그들은 알았을까? 버튼의 명칭이 ‘좋아요’라도 그들의 말은 ‘이해했어’, ‘그렇구나’, ‘힘내’일 수 있다.
요즘 만화 원피스 원작을 다시 보고 있다. 이미 최신화까지 다 보았는데 다시 펴들었다. 얼마 전 100권 기념 판이 출간되기도 한, 20년 넘게 주간 연재를 한 엄청난 양. 이 만화는 꿈을 좇는 모험가와 모험을 할 때 드는 부정적인 생각의 현신과의 경쟁과 싸움을 그렸다. 모험가가 언제나 옳은 적도 없고 경쟁자가 언제나 틀린 적도 없다. 막아서는 이유가 더 타당할 수 있다. 커다란 좌절을 겪고 사랑하는 이를 적들의 손에 빼앗긴 주인공은 정신 붕괴를 맞아 자신을 학대한다. 그때 주인공을 목숨 바쳐 지키겠다고 맹세한 이가 이렇게 말한다.
잃은 것은 헤아리지 마라! 없는 것은 없다! 확인해! 네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냐! - 원피스 590화
이 대사를 읽은 후 나는 메모하며 읽기 위해 다시 1화로 이동하려 한다. 그리고 내가 남아 있는 것을 찾았다. 그것은 1,500건의 글. 나도 알 수 없는 생각을 적은 글들. 한때 이 글 중 선택해서 다시 쓰기를 4번 정도 했다. 그것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이 모험의 이름은 ‘먼 산을 아는 산으로 만들기’, 줄여서 ‘보물찾기’로 이름 지었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상기하지 않고 지금의 머리로 그것을 다시 써 보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쓸 때 주제, 키워드를 찾아 메모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럼, 이 일에서 내가 찾을 보물은 무엇일까? 단지, 먼 산을 아는 산으로 식별하려는 것이 나의 가치일 리 없다. 아마도 이 작업의 끝에 이르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산을 보고 있었는지, 내가 어떤 산을 원하는지, 아니, 그 산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난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이것도 지금은 정하지 말자. 그렇게 다 그리고 가는 모험이 재미있을 리 없다. 골 D. 로저의 부선장 레일리에게 우솝이 원피스에 관해 물었을 때 루피가 화를 낸 이유와 같다. 그렇게 재미없는 모험은 할 이유가 없다.
#보물찾기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