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Photo by Dave Goudreau on Unsplash
오늘처럼 디지털이 활성화되기 전에도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했다.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신문이나 잡지가 들려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은 9시 뉴스를 보는 시간이다. 주말에는 몇 개 없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언급됐지만, '뒷말' 역시 귀가 쫑긋하는 이야기다. 기자는 다양한 기업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기사화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다음 이야기의 토픽이 되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TV, 라디오가 개발되기 전에는 편지가 있었을 것이고, 마을마다 소식통이 있었을 것이다. 동네 어귀에 붙은 방도 이야기였다. 옆집 아이가 왜 혼나고 있는지, 뒷집 아이가 어떻게 입신양명을 했는지도 귀가 가는 이야기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재배를 하기 전에는 훨씬 넓은 경험의 장이 주위에 있었다. 지금의 유목민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생활일 것이다. 한곳에 머물러 먹을 것을 구한다. 먹을 것이 없거나 계절이 바뀌면 먹을 것을 찾아 걸었다. 걷는 과정에서 인간보다 강한 포식자를 만난다. 혹은 따끔한 침에 끔찍한 독을 품은 벌레도 있었다. 다리가 뜨끔해 보면 뱀에 물려 있을 것이다. 낙엽에 덮여 땅에서 수직으로 선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못 보고 밟았을 수도 있다. 이렇게 수많은 경험이 이야기로 쌓였다. '낙엽에 덮인 곳은 발을 다칠 수 있고 죽을 수 있어'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 '막대기로 낙엽을 헤치며 걸으면 다치는 일이 적어'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막대기로 헤치면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경험은 현상과 대응 방법이 결합되거나 현상만 남은 이야기다.
옳다고 인정하고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인간은 신기한 존재다. 알고 있어도 필요하지 않으면 꺼내 쓰지 않는다. 특정 기간 필요가 없는 이야기는 망각의 길로 들어선다. 이 이야기는 그 망각의 길에 들어서 깊은 창고에 박힌 이야기를 논한다. 그러다가 누군가 말하면 안다는 신호가 뇌에서 발생한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호기심이 강하게 끌린다. 현재 필요하고, 결핍 상태라는 의미라 생각한다. 그 누군가는 독서일 수도, 시청일 수도, 청취일 수도 있다. 평소 꺼낼 생각도 없었는데 상기되기도 하고, '아, 찾았다!' 싶은 이야기도 있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고, 겪은 경험과 욱여넣어 둔 '옳은 것'이 독서나 상황과 맞닥뜨리면, 깨어난다. 그때 '시도해 볼까?' 싶다. '맞아!'라며 그동안 제대로 정리되지 않던 의견이 정리되기도 한다.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불가능하다"
테라오겐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만이 세계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수단이다."
새뮤엘 헌팅턴 '문명의 충돌'
"사실이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면 위험해"
사샤 세이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장사꾼 특유의 뚝심과 배포. 그 멋진 기세를 바탕으로 맛은 물론이요, 재료 손질에서 멀리 내다보는 안목, 직원・단골들과 함께 만들어온 기묘한 연대감 같은 것들이 노포를 살아남게 하지 않을까."
박찬일 '노포의 장사법'
"슬프게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그렇게 힘들여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토록 원하던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슬프게도 얻지 못했다. 모든 곳에서 지배자와 엘리트가 출현했다. 이들은 농부가 생산한 잉여 식량으로 먹고살면서 농부에게는 겨우 연명할 것밖에 남겨주지 않았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다. 급여는 일의 양(시간+달성량)에 비례해야 한다. 책임에 비례한다고 하지만 정작 책임은 임원이 지지 않는다. 함께 무대에서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할 뿐이다.
"새로운 고객의 미시적 니즈를 수집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선 거시적 니즈에 주목하여 사업을 작게 개척해야 한다. 그 후 고객이 모이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었을 때 미시적 니즈를 수집하여 상품,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
다카스기 야스나리 "죄송합니다 품절입니다"
우선 이야기대로 해 본다. 책에 적힌 방법은 '나'라는 존재와 '내 상황'이 상정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솔깃한 이유는 얼추 들어맞기 때문이다. 얼추가 호기심을 당길 양이다. 그럼 이야기대로 해 본다. 시도의 첫 발이다. 책에 나온 양식으로 플래너를 만들어 준수해 본다. 필자의 생각대로 행동해 본다. 소설의 경구처럼 사고방식을 변경해 행동해 본다. 물론, 딱 맞는 옷은 아니다.
조금씩 고친다. 일부를 고치고 시도한다. 시도의 두 번째 걸음이다. 해보고 수정하고 해보고 내 상황을 적용한다. 시도를 중단한다. 다시 계기를 만나기를 염원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읽은 자기 개발 서적만 10여 권이긴 하다. 결국 찾긴 했지만. 딱 맞지 않아도 중심이 될 철학은 발견했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 예방 활동에 집중한다'가 화자가 얻은 자기 개발의 중심 사상이다. 시도는 실패의 베스트 프렌드인 반면, 성공의 베스트 프렌드이기도 하다. 시도는 피드백을 동반해 개선을 병행한다. 시도하고 '안 되네!'하고 손을 놓지 않는다. 이 역시 경험에서 얻은 '옳은 것'이다.
각성된 이야기로 시도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멈추거나 결핍에 재 저장된다. 여기서 용기를 논하지 말자. 할 방안이 없을 때 앞으로 나서는 것만큼 실패에 닿는 일도 없다. 옳은 것들을 다시 재워두는 방법 외에는 보이지 않다. 정말 절실하다면 방법을 찾을 것이고, 당장 하지 않아도 삶에 영향이 적거나 없다고 판단하면 결핍에 쌓아둘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나고 호기심이 일어나면 관심을 갖고 다시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중단 경험을 피드백한다면, 보다 나은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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