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M, L, XL>을 따라 하고 싶었던 제목
생태계에 "2년 살이"라는 벌레 또는 동물이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나는 한 회사에서 근속연수가 2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큰 회사, 작은 회사, 그리고 이상한 회사등을 다니며 느낀 점을 적어본다. 그리고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회사를 선택하는 참고사항이 되길 바라며 부리를 턴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아주 작지만 꽤나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곳이었다. 얼마나 작은 곳이냐고 하냐면 한여름 에어컨이 안 나와서 스타벅스 에어컨을 쬐기 위해 대피해야 할 정도로 작으면서 열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당시 멤버들은 대부분 정말 실력이 좋았다. 특히 그중 한 사람을 보고 내가 그 회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였다.
작은 곳에 가는 것의 장점은 내가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해 볼 수 있고, 굉장히 주도적으로 일해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설계를 기준으로 내가 설계한 건물을 만들기 위해 실제 제작공장을 찾아가 디자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경험할 수 있다. 이게 대수냐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작방법을 알고 난 후 3D모델링을 하는 것과 그런 것을 모르고 하는 것은 정말 천지개벽하는 차이다. 그 정도로 나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늘 그렇듯 체계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작은 조직을 위한 변명을 해주자면, 작은 조직은 지원부서를 운영할 만큼 돈이 없다. 그래서 모든 지원 업무는 내가 다 하면 된다고 보면 된다. 미팅 참석, 컴퓨터 세팅 등등 내가 다 알아서 하면 된다고 보면 된다.
아 그리고 월급이란 복불복이다. 내 경험에는 대표의 편애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편애받는 이들이 월급을 더 받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취미활동하던 중 한 아저씨께서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큰 기업에 가라. 큰 기업에 가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대기업을 줄퇴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이 말을 넘겼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아저씨가 해준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작은 회사들은 큰 회사와 손잡고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 중 하나는 큰 기업과 손잡고 일했다는 증거를 홈페이지 메인에 띄우는 것이다. 큰 기업과 같이 일하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대를 보여주고 어떻게든 같이 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곤 했다.
큰 곳의 장점은 정보력의 최전선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는 중요하다. 그래서 옛날 귀족들은 선원들로부터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바닷가 카페에 죽치고 앉아있곤 했다고 한다. 정보를 선점한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정보력뿐만 아니라 향후 이력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작은 기업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어느 회사를 다녔다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나의 실력을 의심하기 일쑤이다. 그리고 이건 말하면 안 되는데... 아무튼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어필하기 위해선 큰 회사의 이름이 필요하다.
단점은.... 나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여러 업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기업에서 하는 일은 주로 ppt와 엑셀이다. "내가 만약 잘리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이것뿐?"이라는 끊임없는 생각 속에 살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긍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자인 나로서는 부정태그를 붙이고 싶다. 서로 상호 소통을 위해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지만 ppt는 layout문제 등 추가적인 시간이 더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예전에 주워듣기론 아마존에선 ppt를 안 만들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 디자인 x자인 기술자들을 위해 글로서 자신의 의도를 간결하게 표현시키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앞에서는 규모를 얘기하고 뒤에서는 품질(?)을 얘기하게 되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그 이야기를 써보도록 해야지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작은 곳은 대략 10~50명 정도의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큰 곳은 100명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을 공통적인 작은 단위로 나누면 대략 10명 정도의 팀으로 나눠볼 수 있다. 본인이 생활을 하며 극적으로 얽히게 되는 것은 이 10명이라고 보면 된다. 즉 블라인드, 사람인 등등 채용플랫폼에서 볼 수 있듯 아무리 회사 평점이 좋아도 팀바이 팀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그중 리더급이 이상한 사람이 걸리면 그 조직은 이미 망했다고 보면 된다. 가령 내가 있던 작은 조직은 강력한 팀원들이 있었으나, 조직은 거의 와해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리더가 이상해도 너네가 잘했으면 되는 거 아니었는가?" 나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리더십은 그 마인드셋이 아래에게 까지 전파되기 때문에 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그냥 문제제기만 던져놓고 가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어 마지막 한 문단을 더 써내려 보려 한다. 큰 곳은 명예가 있으나 기술을 배우기 어려울 수 있다. 작은 곳은 기술을 있으나 명예가 없다. 그리고 이상한 곳은 큰 곳 일 수도 작은 곳 일 수도 있다. 그럼 결론은 무엇일까. 나는 최대한 많은 곳에서 인턴십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코딩과 건축이라는 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대학원 학부연구생을 해본 덕택이었다. 이를 확장해서 보면 내가 여러 군데 인턴을 해봤더라면 비록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회사의 분위기를 익힐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옥수수 3개를 기준으로 괜찮은 옥수수 법을 가르치는 채널이 유행이던데,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블라인드나 사람인 리뷰가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실제 조직에 속해 일해보는 것에 비하면 1/10 정도의 정보를 전달해 준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 끝에 본인이 무언가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끝이 꼭 건축일 필요는 없다고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