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의 늪
건축계에서는 지난 약 6년간 생성형(Generative)이라는 단어가 큰 화두였다. 그 단어의 마약 같음에 이끌려 많은 이들이 앞다투어해보려 했다. 오늘은 생성형 어쩌고라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생성형 디자인(Generative Design) = 다중 목표 최적화
약 6년 전, 내가 졸업하던 시기에 생성형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라는 건 이제 막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알파고가 바둑을 두고, Tensor flow로 모델만 구성만 해도 추앙받던 시대이기도 했다. 어쨌든 건축계에 이목을 끈 것은 생성형 디자인이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아니길 믿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판기처럼 동전만 넣으면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주는 것을 생성형 디자인이라고 믿는 눈치였다. 항상 딴죽걸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깊이 알아봐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해당 단어를 가장 열심히 광고하는 Autodesk조차 해당단어를 혼동되도록 쓰곤 한다. 여러 문서를 찾아보고 건축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살펴본 결과 건축에서 생성형 디자인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다중 목표 최적화(Multitarget objective optimzation 이하 MOO)다. MOO란 최적화하고 싶은 목푯 값이 여러 개일 때 이들 간의 trade-off가 최소화되는 대안을 찾아주는 것이다. 가령, 여름 일사량은 최소화하면서 바닥 면적은 최대화해서 디자인 대안을 생성하고 싶다면 이 MOO를 쓰면 된다.
마법 같은 단어와는 별개로 생성형 디자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규칙을 필요로 한다. 다시 건물의 예로 돌아가면 건물을 회전시켜서 해당 결과를 얻을 것인지, 위치를 움직여할 것인지 외부 창의 각도 조절로 할 것인지 등등 하나하나 모든 값들을 설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건축 프로세스는 감에 의존하는 경황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적용은 해야겠고, 디자인 프로세스는 정의할 수 없으니 무의미한 스크립트가 종종 생산되곤 한다.
생성형 AI : GPT
많은 사람들이 GPT를 말하곤 한다. 심지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겠다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OpenAI가 마케팅을 잘한 덕인지 사람들은 GPT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듯도 싶다. 그래서 도입 실무자 중에서도 해당 모델의 한계를 잘 모르고 쓰는 모습들을 보곤 한다.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인 GPT는 통계학에 기반을 둔 Decoder Only 언어 모델이라고 나는 정의하고 싶다. 그 말인 즉 해당 모델은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가장 그럴싸한 말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ChatGPT로 오면서 사람의 피드백을 받는 기능이 생겼지만 여전히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 용도로 쓰기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가령 법규를 ChatGPT로 확인하려 하는데, 법규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게 아니라 그럴싸한 거짓말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격물치지의 교훈
선조들의 말 중에 격물치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사물의 이치를 궁극에 이르러 나의 지식을 극진하게 이룬다 라는 말이란다. 무슨 말인지 풀어서 보면 원리를 익혀서 응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라는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나는 무엇이든 도입하다는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다루는 물건이 무엇인지 무엇이 한계인지 어떻게 다루는지 좀 더 깊은 이해를 통해 다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 체질개선이 이뤄 저야 후배들도 건축계로 오고 싶어 하지 않을까. 오늘 문득 누군가 만들어 놓은 스크립트를 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글을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