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하는 건축가 : 22일

오로지 딴짓 생각뿐

by 코드아키택트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일을 하라고 나는 어디선가 배웠다. 여태까지 내 스킬은 건축 7, IT 3 정도의 비중으로 나아갔다. 확실한 마감기간은 정할 수 없으나 건축 1, IT 9의 길로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공의 꼬리표를 떼자

나는 한국과 일본에서 밖에 일해 본 적 없는 주제에 마음만은 미국인이다. 그래서 항상 전공이나 연차 뒤에 숨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 생각만 많이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의 대학 5년은 "건축과를 나온 내가 다른 것을 할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꽤나 기간이 흘러 IT교육을 받았을 때 "그래도 제대로 하면 탑은 못되다 상위권은 하겠다"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을 전공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큰 꼬리표로 작동한다. 하지만 전공과 그 사람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컴공출신이어도 프로그래밍을 생각보다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더 이상 전공의 그림자에 나를 얽매이지 않고 행동과 생각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현실적인 아쉬움도 존재하긴 한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깊은 코딩을 하긴 어렵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출근길, 퇴근길 등 회사 외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분야에 발을 걸치며 탈출 기회는 GNN과 강화학습

책 <장자>에 보면 핸드크림 얘기가 나온다. 그때말로는 핸드크림이 아니지만 어쨌든 핸드크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어느 공무원(이도 역시 현대말로 쓴 것)이 손빨래 세탁소에 갔는데 겨울에 손빨래하는데 손이 하나도 안 터서 신기해했단다. 그래서 비법을 물어보니 핸드크림 레시피를 알려주길래 이걸 돈 주고 산 다음에 국방부에 갔다고 한다. 국방부 장병들이 마침 겨울 전쟁을 해야 했는데, 핸드크림을 바르고 싸운 덕에 전투력이 훨씬 높아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하며 해당 편에서는 누구는 핸드크림으로 평생 빨래하는 일을 벗어나지 못하고 누구는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기술자에게 이 "핸드크림"은 결국 기술을 뜻한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 누군가는 아주 작은 일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누군가는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에서 행해지는 도면 생성 자동화의 큰 축은 GNN이다. 나도 공부를 제대로 하진 않아서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프 구조는 때로는 관계선이 끊기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 그래프를 벡터 공간에 투영시켜 관계가 끊겨도 원하는 값을 추정해 볼 수 있다는 게 핵심 논리다.

건축에서 GNN은 실(방) 간의 관계 때문에 사용되곤 한다. 즉, 거실, 부엌, 침실 등등의 관계를 그래프로 정의하고 학습시키면 다양한 대안의 플랜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건축에서만 놓고 쓰면 도면 생성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타 분야로 가면 "추천 시스템"에 쓸 수 있다. 광고, 일자리, 상품 등등이 이 추천 시스템에 해당한다.

반면, 강화학습은 건축에서 쓰인 사례를 찾기 힘들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화학습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안 쓰는 걸 보니 조용히 있어야겠다. 우리에게 친숙한 ChatGPT의 5할은 강화학습이다. 정확히는 RLHF라는 것으로 ChatGPT의 답변을 보고 좋아요, 싫어요를 누르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세한 건 누군가 잘 정리했을 것으로. 나는 여전히 강화학습류가 건축과 같이 복잡한 의사결정을 통해 결과를 생성하는 친구들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고 있다. 그리고 강화학습은 역시나 추천시스템에 쓰인다.


그래 추천시스템

사실 나는 도망간다면 추천시스템으로 도망가고 싶다. 최근 언어 모델이 유행하지만, 흘끗흘끝 트렌드를 보면 구조가 변했다기보다는 누가 누가 컴퓨팅 자원이 더 많나 겨루고 있는 것 같다. 비전은 결과가 명확한 만큼 내 성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성과가 확실한 일일수록 누군가의 압박을 받기 쉽기도 하다.

반면 추천이라는 것은 추천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하기가 정말 애매하다. 그냥 맨날 광고에 노출되면 내가 안 좋아하던 것도 좋아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라서 추천은 정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그걸 매출과 연동시키는 순간 또다시 머리가 아프겠지만.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강화학습이나 GNN을 하며 업계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핸드크림을 만들다 광고시스템으로 튀어보려는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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