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3
근래의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왜냐면 내 글이 선명할수록 내가 누구인지 알기도 쉽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특정 프로젝트를 언급하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건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이름답게 프로그램 덕을 본 이야기를 적어본다.
프로젝트는 인맥을 타고
내가 과거에 일한 회사는 스틸라이프와 친했다. 그래서 스틸라이프에서 수주하는 각종 프로젝트도 같이 하는 일도 많았다. 그중 내가 처음 투입된 프로젝트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프로젝트였다. 그중에서 유리처럼 반짝거리는 터널 부분을 맡았다. 아마 자동차 광고에서 몇몇 분들은 봤을 곳이다. 그 프로젝트가 우리에게까지 넘어온 비화를 말하고 싶지만 좋은 이야기는 1도 없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자.
마치 응급실과 같은 상황
사실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미 공사 완료 하기로 한 시점이 정해져 있었다. 우리는 시간도 부족하지만 많은 문제를 풀어야 했다. 첫째는 유려하지 못한 터널부 형상에 대해 푸는 것이 먼저였다. 유려하다 함은 사람의 눈에 달린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합의할만한 그런 결과물이어야 한다. 이 결과물도 사실 엄청나게 큰 비화로 인해 이렇게 되었지만 역시나 너무나 누가 되기 때문에 나는 말 못 한다.
해당 문제사항을 알리기 위해 문서를 여러 번 만들어야 했으며, 처음이었던 나로선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다행히 스틸라이프 대표님의 방향대로 해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때는 툴툴대긴 했지만. 회의는 몇 번 진행되었다. 건설사 측에 알려야 했고, 건축가에게도 알려야 했다. 그리고 발주처에게도 알려야 했다. 나는 발주처의 현장 회의에 들어갔다. 사실 이러저러한 점이 충격이긴 했다.
현장 사무실에 인터넷은 없었고, 다양한 케이블도 구비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빌려준 맥북을 연결하기 위해 회사에서 커넥터를 다시 가져와서 연결해야 했다. 그리고 꽤나 더웠기 때문에 "이런 데서 일하면 죽을 맛 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래서 현장이 돈을 더 받고 대우를 받는구나 싶었다.
포청천과 함께하는 미팅
발주처 미팅은 꽤나 각이 잡혀 있었다. 발주처 측에서 나온 높으신 분이 책상 끝의 정중앙에 앉고 나머지 관계사들이 배석해 있었다. 우리가 만든 자료는 그들 앞에서 훤히 보였다. 그리고 포청천과 같은 포스를 풍기는 발주처 측 높으신 분은 "그럼 이건 XX가 잘못한 건가?"라는 한마디에 어쩔 줄 몰라하던 관계자분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떠오른다. 그때 개작두가 대령되었어도 이질감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소임을 다하고 모두에게 문제를 공감시켰다. 해당 문제를 모든 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는데만 몇 주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에 갓 나온 나로선 사실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왜 아무도 몰랐을까. 3D로 한번 만들었으면 되는 것인데...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현장 관계자만 이해시키면 되는 줄 알았지만 사실 그 윗단계가 있었다. 그것은 회장님.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