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야기 파라다이스 시티 - 3편

D+15

by 코드아키택트

설치 오차와 레이저 스캐닝

통상적인 네모반듯한 건물이 아니면 그 오차를 측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하는 대안이 레이저 스캐닝이다. 레이저 스캐닝을 부르면 마치 철가방 업체처럼 이상한 포트를 꼽고 해당 장소를 한 바퀴 돌린다. 그러면 해당 장소가 포인트 클라우드 형태로 스캐닝이 진행된다. 한 번에 스캔할 수 있는 범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번에 걸쳐 스캐닝을 하게 된다. 그 후 스캐닝한 데이터를 합치는 과정이 진행된다. 사실 여기부터가 약간 미심쩍어지는 부분이다. 우리의 스캐닝을 담당했던 업체가 같은 스캔 데이터에 대해 두 번 좌표를 수정해서 보내줬는데, 그때마다 오차값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엔 두 스캔 데이터를 합치는 과정에서 사람이 실수한 부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기술이 쌓여있는 토양을 약 5cm만 파바도 미심쩍은 부분들이 나오니. 어쨌든 우리는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오차가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일을 진행했다.


참고로 건축가는 MVRDV

그러고 보니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진행 내내 건축가는 크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건축가는 학생 수준의 모델만 던져주고 나머지는 지역 건축가들이 한다는 상황이었다. 프로젝트 중 MVRDV의 원본 모델을 받아봤는데 성의 없기 그지없었다. 해당 모델과 우리 디자인 의도대로 해줘라는 오직 두 가지만 반복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머리가 지끈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주도권은 없어진 지 오래라 그들의 의도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그들의 무언가를 반영하기에 프로젝트에 주어진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돈되지 않은 현장에선 오로지 속도전뿐

현장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천장에 패널을 설치할 땐 스카이라고 불리는 사다리차의 일종이 필요하다. 근데 그때가 또 하필 해당 부분 바닥 공사도 진행되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느냐. 업자들은 서로 피부로 느낀다. 이건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공사는 속도전에 돌입했다. 나는 수많은 양의 패널 데이터를 공장에 전달했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분명 적어서 줬음에도 어느 부분 펑크가 나서 재작업을 해야 했던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그런 건 차치하고 모든 전개도를 전달했다. 그리고 현장에 갔던 어느 날엔 내가 데이터를 주지 않았다며 뭐라 하는 아저씨도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했으니 따질 틈도 없었다. 그때부터가 사람이 기술을 대체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말하면 큰일 날 비화들을 차치하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건축 프로젝트의 크레디트는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나는 첫 프로젝트였지만 꽤나 많은 충격을 받았다. 엔지니어링을 하지 못하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축가의 모습, 정작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지만 대우를 못 받는 엔지니어들. 자신이 평생 이곳에 올 수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해당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모습. 자본주의와 건축의 결합의 단면을 너무나 생생하게 봐버렸다. 그런 고생은 모두가 다하는데 정작 건축가들은 멋진 옷을 입고 학교에 가서 자랑스럽게 디자인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물론 모든 건축가가 자기 자랑만 하고 있는 건 아니긴 하지만.

그래서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다. 프로젝트를 제안한 건축가인가. 프로젝트를 관리한 건설사인가. 실제 작업을 하는 협력업체인가. 이상론 저긍로 모두가 다 같이 손잡고 크레디트를 가져가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파라다이스 시티의 녹지에 풀을 심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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