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렌- B, B-플렌

by 아나키스트

아들아.


한국은 바람이 많이 분다.

봄에 바람이 많은 이유를 너는 아니?

네가 지금 모른다고 해야 아버지가 아는 체를 하는데... ^^

겨우내 잠자던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거란다. 그래야 나무가 물을 빨아들인단다.

워낙 오랜 시간 웅크리고 있어서 동장군이 지나간 지도 모르고 그렇게 서 있는 녀석들 깨워서 이제 꽃 필 준비 하라고...


아들아 아버지 가슴에도 바람이 분다.

유독 아버지는 봄을 탄다.

세상 한 번 흔들어 보고 싶었던 바람.

누군가 때문에 설레보고 싶었던 그런 바람....

너의 가슴에는 황사바람이 아니라 꽃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공부하느라 애썼다.

그런데 아들아. 그래도 공부란다.

혹여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거든...

정하기 힘들거든 그 어떤 이유도 찾지 말고 그저 아버지를 위해 공부해야지 하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자식이 공부 열심히 하는 것 보면 모든 부모들은 사는 낙이 생긴단다.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는단다.


그렇지만 지금 하는 공부를 너의 인생 전부로 여기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를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너의 인생을 풍요하게 하기 위해,

네가 좋아하는 일에서 전문가로,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고 마음먹기를 바란다.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을 거치려니 힘든 거야.

중학교를 거치고,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을 거치는 것.

힘든 것 당연한 거야.

네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그래.

너도 네 일과 연관 된 공부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야.


지금 하는 공부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금 하는 공부, 즉 과정을 밟는 공부는 인생을 위한 B-플렌이다.

플렌 B란다.

네가 언제 어떻게 될지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초석, 베이스 켐프가 바로 지금 하는 과정으로서 공부란다. 생각해 봐라.

네가 운동 재능이 있다.

네가 음악 재능이 있다.

네가 만드는 재능이 있다.

그 재능을 살려서 멋지게 살고 있다.

그런데 나이 40이 되어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치자.

그때 어떻게 하겠니.

그때 인생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베이스 켐프가 바로 과정은 거쳐주는 것이란다.


아버지는 지금도 기억하다.

우리가 남아공에 있을 때, 너의 반 친구 중 럭비로 성공하겠다는 녀석이 있었지..

그런데 그 녀석이 다리가 부러진 거야.

네가 그 모습을 보며 하는 말, "그 친구는 플렌 B가 없어요"

그런 신통한 말을 하더구나.

음~ 과연 아버지 아들이었지.


지금 하는 공부가 B-플렌으로서 중요하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네가 지금 다른 것을 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노는 것 외에.

사람은 누구나다 자기 몫이란 것이 있다.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자기 몫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네가 일을 한다한들, 돈을 벌어 온다 한들 얼마나 할 수 있겠니. 빈 둥 거리며 노는 것도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며 놀 때, 노는 맛이 난단다.

자 아들! 마무리 하마.


공부하자.

힘들 때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하자.

그러나 성적에 매이지 말고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만족하자.

성적 잘 받으려 노력하느니 그 시간 놀자.

그저 페일만 안 하고 거쳐가기만 하자.

물론 공부에 트인 사람이면 공부를 낙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공부는 인생의 베이스 켐프다. 언젠가 다시 시작할지 모를 베이스 켐프...



태산을 지고 바다를 품고 싶었던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