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반가웠다.
내가 안부를 물으려는 순간 친구는 내게 여섯 잎 클로버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약간 들뜬 목소리다.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본 적이 없다.
다섯 잎은 본 적이 있지만......
본 적이 없다는 내 말에 친구는 '그렇지?' 하며 평생 한 번 보기 어려운 그 클로버를 발견했다며 그것을 따다 줄지 내게 물었다.
나는 콜을 외쳤다.
솔직히 클로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친구와 곧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냉큼 콜을 했다.
다음 날 친구가 찾아왔다.
그는 내 책상 위에 클로버를 내려놓았다.
나는 클로버를 본 순간 적잖이 실망했다.
벌레가 클로버를 절반이나 갉아먹었기 때문에 잎이 몇 개인지 알기 어려웠다. 몇 잎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친구와 나는 하나... 둘... 잎을 세어 가지런히 책갈피에 넣었다.
그때 친구가 말했다.
“잘 보관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답답했다.
잘 보관하라니.
어떻게? 꼭 보관해야 해? 만약 잃어버리면? 책임감이 느껴졌다.
마음이 무거웠다.
선물하면 기분이 좋다.
줄 생각에 기쁘고 받을 생각에 더 기쁘다.
특히 나에게 특별한 것을 주려는 친구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나는 친구를 보며 속으로는 '안돼”'라고 말하고 입으로는 '이거 보관해야 해?'하고 물고 있었다.
친구는 다시 한번 잘 보관하라고 말한다.
나는 친구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클로버를 갖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묻는 친구에게 보관하라는 말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친구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며칠 전 이사 때문에 짐 정리를 했다.
좀 심플하게 살자 싶어 짐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짐 정리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망설이게 했던 것은 보관된 선물이었다.
의미를 담은 선물들이 집 안 이곳, 저곳에 묻혀 있다.
이것을 버리자니 준 사람 마음이 생각나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담자니 손 길 한번 받지 못한 채 서랍에서 박스에서 또 몇 년 묵게 생겼다.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도 선물을 할 때 상대가 오래오래 간직해 주길 바랐던 것 같다.
소유권이 넘어간 것을 잊은 채......
그래, 이제부터 선물은 쓰고 없어지는 것으로 해야겠다.
흠...... 먹는 게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