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지?
첫눈이 내렸어.
이제 첫눈을 보면 설레기보다는 아버지 나이를 손가락으로 꼽는단다.
캐나다에서 첫눈 기억하니?
캐나다 밴쿠버는 겨울에 비가 많아 눈이 오는 날이 귀하지.
그런데 우리가 간 그 해에는 첫눈이 그리 많이 왔었지. 그런데 첫눈의 설렘보다는 그날 많이 많이 눈물을 흘렸지.
아버지가 학교 다녀왔는데 너는 네 동생을 안고서 울고 있었지.
동내 애들이 너희를 괴롭힌 거야. 보호자가 없으니 말이다.
아유... 또 눈물이 나네.
그때 너희를 한국으로 보낼까도 싶었어.
그러나 무엇을 하던 돌아가거나 피해 가지 않는 우리였지.
있는 그대로 늦으면 늦는 데로 힘들면 힘든 데로 그냥 걸어왔지. 그
게 우리야.
길을 가면서 아버지가 져야 할 짐이다 싶어 진 짐이 거의 없어.
그냥 앉아서 쉬고 있어도 누군가가 짐을 내려놓네.
아버지에게 필요한 것이어서 지고 온 짐이 별로 없어.
그냥 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져야 할 짐이 자꾸 생기네.
그래서 어른들이 농담 삼아 그러셨나 봐.
나이가 많아질수록 허리가 구부러지는 이유는 나이에 비례해서 져야 할 짐이 많아진다는 것인가 봐.
아들아
지고 왔던, 져야 할 것이 많았던, 질 것 없이 가볍게 왔던... 인생은 흐르더구나.
도저히 넘지 못할 산 같으면서도 어느덧 넘어왔고, 가야 할 길 너무 멀어 시도조차 하기 싫었던 것이 어느덧 종착지에 와 있더구나.
무겁다 한 들, 작다 한 들 그저 그렇게 지고 오다 보면 어느덧 어느 곳이더구나.
아들아
피하거나 돌아가지 말자.
어차피 가야 하는 것, 가야 할 것이 인생이야.
돌아가봐야 거기서 거기고, 피해봐야 다른 것이 있기 마련이야.
그냥 가자.
힘들면 쉬었다 가는 한이 있더라도 돌아가거나 피해 가지 말자.
꾀부리지 말고 잔머리 쓰지 말자.
그냥 가자꾸나.
물론 아들. 세상사 뭐 있겠니?
굳이 어려운 길 택해 갈 이유도 없다.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단다.
그런데 어느 곳,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그 짐이 나타나더구나.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언젠가는........
아들 생각만 하면 마음 무거운 아아 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