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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숙 Jun 19. 2019

사랑하는 서방님께

사랑에 대하여

전생에 나라를 구한 마누라 vs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서방님


" 앞으로는 다른 남자는 만나 실 필요 없습니다."

특별새벽기도발로 만나게 되었다 믿었던 그 남자는 하루를 아주 알차고 럭셔뤼하게 이끌더니 헤어지는 순간

방배동 서래마을 불란서 향 폴폴 나는 레수토랑에서 분위기 있게 디너를 마치고 한 마디 건넨 멘트다.

외모는 살짝 꽃미남 버전에 고운 스탈(내 스탈은 아니었다)이었던 그의 그 생각지 못한 남자다움에 

어머 이건 만나야 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었고, 그 이전까지는 변변하게 대 놓고 남친이라 부를만한 사람을 정하지 않았던 나한테는 매우 파격적인 남친의 탄생이었다. 내 나이 43세에.


그 때만 해도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도 그렇다고 하지 말겠다는 다짐도 하지 않고 그냥 머 어찌 될거고 되는대로 흐르는대로 할거라는 마인드였던 나는 첫 데이트 이후 지극정성 다정다감의 극치를 달리는 그에게 2주동안 모든 대접?을 다 받고서는 그냥 남친을 해야 겠다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거친 검증은 어린 시절 그의 친구들을 만나보고 옛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였다.


만난지 2주가 다 되어 가던 언제 어디서든 짱가가 되어 주었던 그의 죽마고우를 만나는 자리에서 난 이렇게 물었다. " 학교 다닐 때 oo씨는 좀 어땠나요?" 사실 남자들끼리는 좋은 말보다는 험담을 많이 할거라는 예상을 넘어 그는 매우 효자인데다가(결혼상대로는 고민되는?) 스마트하고 한다면 하는 멋진 남자였던거다. 


사실 그 때까지 나의 결혼 상대나 연애상대 모두 공통적으로 1순위는 인간성이었고 2순위가 대화가 통하냐 3순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나 4순위가 나에 대한 존중 5순위가 경제력 이었다. 어차피 난 집에서 살림만 하는 조신한 스타일은 안되었고 결혼이 예속이 아닌 동반의 개념이었던 내게 있어 상대의 인간성은 정말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친구들을 만나고 들었던 이야기는 그남자를 연애를 넘어 결혼까지도 고려할 만한 점수를 땄던거 같다. 워낙 밀당 보다는 팩트였던 나를 그도 파악을 했는지 참 깜쪽 같이도 그 이후 부턴 짱가보다 일이 바빠진 사람이었지만 우리의 연애는 즐겁게 이어졌다. 


우리의 연애가 깊어지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는 매우 자기주도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에 젠틀하고 자상한 남자였고 늘 공정한 평가 잣대를 가지고 나를 담금질 하려 했다 


살짝 아이러니 했던 건 원래 부터 없던 나의 내숭이 그에게도 세상 투명했음에도 그는 내가 무슨 습자지 같이 착한 여자로 봤다는 거다. 그리고 습자지 같이 잘 물들고 찢어지기도 쉬운 상처 받는 여인으로 생각하고 늘 세상을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내게 훈계를 하곤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의 유일한? 단점인 잔소리는 연애 대도 피할 수 없었지만 그 땐 사실 봐줄 만 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부턴 난 남자의 성정을 그는 여인의 성정을 좀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어찌되었든 우여곡절을 지나 우린 9개월여 만에 결혼을 결정했고 그 결정을 기준으로 한 달 만에 모든 결혼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 그건 결국 나의 결단력과 추진력의 산물이긴 했다. 이미 나이가 찰 데로 찬 우리는 결정을 하자 말자 결혼식장 및 거주장소 그리고 기본으로 셀렉해야 하는 스드메를 일주일만에 다 결정하는 놀라운 스피드를 뽐내었고 저렴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진행을 했었던 거 같다. 


그 과정에서 내가 베풀지 못했던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주시고 축하해 주시어 큰 감동을 했던 결혼식이 잘 마쳐지고 우리는 거의 40 중반의 딩크족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 했던 거 같다. 


결혼을 결정 하던 찰나에 여러 요인들 중 가장 결정 적인 것이 싸우고 난 후 주도권?이었다. 각자가 거의 40년을 혼자 맘대로 살았던 사람이 함게 산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닐것이고 현재의 시간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아야 함께하는 이유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결국은 져주는 강자가 그였고 난 그런 그의 성실함과 신뢰를 주는 남자다움에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던 거 같다. 순수함도 한 몫. 절대 딴 마음을 먹고 이중적이지 않은 투명함이 사랑 이전에 동반자로서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에게 있어서 나는 처음에는 75점 짜리였고 (그걸 또 엄청 솔직하게 아무렇지 ㅇ낳게 밝히는 그의 간이란...) 그게 지금 까지 살면서 가장 높은 점수라고 했던 그의 말에 풉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난 점수를 물었던 적이 없다. 결혼 후 그는 내 점수를 95점까지 올려 주더라 ㅋㅋㅋ


어찌 되었든 그와 결혼을 했고 난 결혼을 하므로 해서


내 맘대로 살면서 늘 내 편이 있고 나한테 마춰주고 희생 하고 요즘엔 내 먹거리까지 신랑이 책임져 주고 있다. 늘 나에게 양보하고 배려하고 자상한 그를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난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반면 해주고도 칭찬보단 더 해줘야 하고 표도 안나는 사랑 질에 일까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그는.

"전생에 큰 죄를 지었음이다. " 


이즘 새로운 전환기에 바쁘긴 한데 예전만큼 벌이가 시원챦은 마누라를 위해 애쓰는 건 둘째치고 가끔 한 달에 한 번 쉬는 일욜에도 청소하고 빨래 너는 우렁이신랑 우리 자기.


결혼 전 스냅사진

그런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생각할 때는 자기의 열정과 노력과 실력이면 멀 해도 못할게 없어요! "얼마나 감동적인 멘트인가? 

실상 요즈음 타고난 자신감이 반감되고 그동안 알고있던 나의 실력의 바닥을 보고 내가 생각하던 이상과 현장에서의 뼈 때리는 진실들과 마주하는 여러 복잡한 작업 중에 건강까지도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그의 그런 응원은 근자감의 큰 베이스가 되곤 한다. 심지어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젊은 시절 아니 지금도 젊으?니까 어릴 때의 정열이 넘치고 무언가 이유없는 심장놀이가 시간이 지나고 연륜이 쌓이면서 사랑이 사라지거나 약해지는 게 아니라 색깔이 변하고 필요한 요인과 표출되는 방식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 시작했을 때의 열정적인 사랑만을 사랑으로 생각하는 기준이 될 때 변하는 것 같고 식은 거 같은 게 아닐까

오히려 사랑은 함께하는 시간동안 더 깊어 지고 넓어지는 거 같다.


앞으로 남은 삶동안 지금처럼 평범하면서도 사소한 것에 행복을 누리는 시간들 속에서 그 영원한 내 편이 있는 거와 그렇지 않은 것의 행복도는 얼마나 크게 차이가 날까를 생각하면, 그는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난 무슨 복에 이리 멋지고 착하고 그런대로 많이 먹는 날 먹여 살리며 그러고도 나를 마춰주고 애정해 주는지 사실 세속의 성공이 아니지만 이미 난 성공한 거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그와 난, 

함게 여유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고 그러기 위해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무언가를 성취하려 아둥거리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난 조금은 덜 열심히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랑은

늘 참고 온유하고 쌈빡한 어떤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서방님.

내가 요즘 건강도 그렇고 새롭게 시작하는 비지니스로 바쁜데 현금은 안 주니. 

어찌보면 그는 희생정신과 참을성을 필수역량을 지닌 게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난 멋지고 착하고 능력있는 남자와 산다.


이건 그야말로 내가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할 정도로 운이 좋은 게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그냥 공기처럼 스며들고 

앞으로 함께 할 자웅동체(헉 서방님이 알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와도 난 부부싸움을 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각자의 생각과 주장을 나누다 보면

나보다 다혈인 그는 욱하곤 하지만 늘 먼저 사과하고 배려한다.


사실 그보다 살짝 더 연륜이 있는 나는 그냥 가만히 있음 결국엔 그가 다 마춰주니 

이보다 더 감사할 게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내게 잇어 사랑이란 서방님이다.


그렇게 진짜 사랑은 나의 서방님의 모습으로 내게 와주었고

결국은 자랑질인 그의 인성에 엄지척 들 수 밖에.


여성 여러분,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인데

결국 그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결혼 하지 않은 미혼의 여성들이 각자의 결혼 상대의 기준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평생 전생에 나라를 구한 여자로 살것이냐

아니면 그가 나라를 구한 남자로 살것이냐의 문제이다.


결국 1순위 조건인 인성이

결혼과 사랑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남편 자랑하는 팔불출 비호감 생색녀로 치부하기엔

나의 그는 참 좋은 사람이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한다.


앞으로 더 노력하거나 잘 하려고 하지 않겠지만

주어진 행운을 놓치지 낳기 위해 감사는 하고 사는 걸로.


사랑하는 서방님. 

내게 와 주어 감사해요


우리 앞으로 지금 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요,

이상.

서방님 전상서

#5년째신혼일기 #남편복 #돈많은남자보다좋은건 #자상한남푠 #무엇을취할것이가이다 

#머안되는거있진않지만만약안된대도될때까지하면그만 #우렁남편 #그래서난돈벌고싶은 

#행복하게살자 #좋은사람이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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