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타이밍이야

놓치지 말아야죠

by 사각사각

오늘 날씨가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고 찌뿌둥하군요. 역시나 귀신같이 몸도 그다지 좋지 않네요. '에구구, 에미야 보일러 켜라. 저기압이라 뼈 마디가 쑤시는 구나.'

휴일이면 보통 삼 십분 정도 거리에 있는 쇼핑몰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걸어서 가곤 합니다. 오늘은 그 길도 너무 멀게만 느껴지네요. 그러면 집 근처의 작은 공원에 운동하러 가지요.


오늘은 드디어 고양이 어르신에게 참치캔을 진상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캔을 하나 샀어요. 어르신의 건강을 고려하여 다이어트식으로 골랐습니다. '어르신, 성인병을 조심하셔야 장수하십니다.'


신나게 참치캔을 흔들며 공원에 도착했는데 입구에서 주무시던 어르신이 놀랐는지 후다닥 도망가셨어요.


'허 참, 먹을 복이 없으신 분이네.'


약간 실망이 되어서 먼저 산책길을 돌기로 했습니다. 다섯 바퀴를 돌고 운동 기구를 다 할 때까지 안 나타나면 오늘의 무료 급식은 휴업이죠. 하지만 못내 아쉬워서 산책길을 돌며 어르신의 모습을 찾아다녔습니다. 덩그러니 버려진 회색 비닐 봉투에도 어르신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네요. 샅샅이 나뭇잎 사이를 훑어보아도 꼬리조차도 보이지 않으시는군요.


포기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마실 나가셨던 어르신이 어슬렁거리며 돌아오십니다. 참치캔을 딱딱 치면서 어르신의 관심을 끌어봤어요. 물론 바로 다가오시지 않아서 캔을 열어서 늘 주무시는 자리 근처에 얌전히 놓았습니다. 한참이나 경계를 풀지 않고 저를 의아한 듯 쳐다보시더니 어느 새 유혹적인 참치냄새에 이끌려 와서 맛있게 잡수시네요.


'저 녀석이 이제야 내 밥도 챙기는구나.'


한참 진지 드시는 걸 구경하는데, 어느 새 스르르 다가오신 옆집 어르신이 얼른 새 캔을 내놓으라며, 노란 눈을 부라리며 째려보셨습니다. '에궁, 어떡하죠. 하나 밖에 준비를 못했는뎁쇼.' 한참 입맛을 다시며 눈으로 레이저를 쏘시던 옆집 어르신은 이내 쓸쓸이 돌아가셨어요. 그 뒤에는 하양 어르신도 계셨는데. 다음에는 캔을 세 개씩 준비해야 하나요?이러다 파산하겠네요.


까망, 하양 어르신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우리 회색 얼룩 어르신은 혼자 허겁지겁 식사를 하셨습니다. 의리라곤 없는 분이네요. 캔 구석에 붙어있는 참치 한 점도 놓치지 않으시고 손으로 콕콕 찍어드시더라고요. 맘 같아서는 제가 좀 도와드리고 싶었으나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니 이만 물러갑니다.


날씨가 무레하지만 오늘은 어르신에게 참치캔을 맛나게 드신 행복한 날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허니 캬라멜 브레드를 먹으니 행복합니다.


'인생은 타이밍이에요. 다음엔 도망가지 마세요.'

맛나시죠?
좀 나눠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