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전 새벽에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습니다. 어떻게 다시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문제는 허기를 느껴서 무언가 먹었다는 겁니다.
양심이 있으니 운동하러 나옵니다. 어제 회 어르신이 다리를 다친 것 같아서 걱정이 되네요. 혹시 손님들이 여럿 계실 수 있으니 고양이 캔과 추르를 챙겨서 공원으로 향합니다. 오늘도 공원에는 봄볕이 완연하고 햇살이 가득 내려앉았어요.
간간히 운동 하시는 몇 분 외에는 고양이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중년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깔깔 웃으며 '나 잡아봐라' 같은 걸 하면서 운동을 하시는 군요. 헐헐. 나이는 지천명으로 보이시나 좋을 때네요. 누가 뭐라든 두 분이 행복하면 된거죠. 암요암요.
문득 섭섭해 집니다. 어디서 회 어르신은 주말 아침에 깊은 낮잠에 든 걸까요? 가지고 온 캔을 열어서 늘 햇볕을 쬐는 자리에 가만이 놓고 벤치에 앉아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여우와 어린왕자는 친구가 되어서 약속 시간을 정하고 만났잖아요. 제가 명 대사라고 여기고 노트에 받아적곤 했던 문장이 있습니다.
"만일 내가 네 시에 너를 만나기로 했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이런 비슷한 내용으로 기억됩니다. 너무 공감이 되면서도 달달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대사죠?
음, 다음에는 회 어르신에게 강력한 텔레파시를 보내봐야 겠군요. '자, 지금 식사를 가지고 갈 테니 오후 한 시에 만나요.' 그럼 회 어르신이 '오냐, 그렇게 해라.'하고 공원에 편안한 자리에 누워서 기다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상상을 하다가 덩그러니 놓인 고양이 캔을 두고 저는 햄버거를 먹으러 왔습니다.
주말에 햄버거 가게의 점심 시간이란 남녀노소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아이들과 나오신 부모님들, 특히 어린들이 밝게 웃는 걸 보니 행복해 보입니다. 조그만 입을 크게 벌려 햄버거를 왕 맛나게 한 입, 콜라도 쪽쪽 열심히 잘 먹네요.
이 좋은 분위기에서 한 아저씨가 기다리다 지치셨는지 30분이나 포장음식이 나오지 않았다며 소리를 지르십니다. 하, 일순간 모두 조용해지며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긴장감이 맴돌았어요. 어린 알바생에게 건장한 아저씨가 너무 하시네요. '간밤에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다행히도 볼멘 소리로 몇 마디 하다가 배가 많이 고프셨는지 포장한 햄버거를 가지고 급하게 퇴장하셨습니다.
다시 평화로운 가운데 주문한 햄버거를 기다리며 고소한 감자튀김 냄새가 퍼지는 공간에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려합니다. 간밤에 문득 느껴진 우울과 외로움도 모두 봄볕에 널어 말려봐요. 누구와 비교해서는 행복해지기가 어렵습니다.
행복은 절대적인 게 아닐까요? 전 오늘의 햇살과 여유와 햄버거 세트에 마냥 행복해집니다.
회 어르신, 맛있게 드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