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이 없었다. 그렇다면 또 야심차게 홍보에 나서야지. 하지만 날씨도 희끄무레하고 기가 막히게 저기압을 맞추는 몸도 처지는 상태이며, 넉살좋게 낯선 사람을 대면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며칠 전 동네를 기웃거리다가 옷 가게를 하나 발견했다. 무난한 디자인에 스키니진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탈의실에서 입어 보니 생각보다 많이 작았지만 우겨넣었다. '아 귀찮아. 옷 사러 가는 것도 작정해야 하는데 그냥 입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두 벌이나 냉큼 사왔는데 바지는 인정사정없이 시간이 갈수록 몸을 조여왔다. 아무리 늘어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이미 입고 다녔으니 교환을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새 것만 들고 나섰다. '주인 아저씨가 매우 말씀이 많으시고 친절하셨더랬지.' 그래서 노란색 커다란 홍보 팜플렛까지 들고 갔다. 기회를 봐서 매장에 잘 보이게 붙여달라고 할 작정으로.
역시나 아저씨는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기냐 저기냐 마음대로 원하는 곳을 골라라."하시며 매장 안과 바깥까지 붙여도 된다고 하셨다. 심지어 옷을 사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아주 편안하게 말씀하셨다. 기분이 많이 풀렸다. 하하. 또 이렇게 동네 자영업자님과 화목하게 수다를 잠시 떨고 왔다.
음, 홍보란 쉽지가 않다. 예전에 학원을 개원한 지인이 있어서 도와주러 갔었다. 커다란 플랭카드를 거리에 설치하는 거였다. 누군가의 신고로 곧 철거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붙이는 게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부지런하다. 팜플렛이든 플랭카드든 하루면 말끔하게 정리해버리신다. 이렇게 성실하게 일하는 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수년 간 방치했던 블로그에도 홍보 자료를 올렸다. 성과가 있을때까지 온, 오프라인으로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인생 참. 무슨 일이든 매일 세끼 꼬박 챙겨먹고 설겆이 하고 때 되면 바리바리 장 보고,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는 것처럼 지겨워도 꾸준하게 해야 한다.
옷 가게를 나와서 아파트를 25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며 홍보지를 붙였다. 매일 한시간씩 하면 헬스장에 따로 갈 필요가 없겠다. 일석이조인가. 어째 다이어트는 지지부진한 것 같은데이노무 회사가 내 건강까지 살뜰히 챙겨 주시는 구나. 면접볼 때 영업이 어쩌고 할 때부터 고층아파트를 오르내리는 미래를 간파했어야 하는데. 하다보면 또 이력이 난다. 으쌰으쌰. 한층만 더 더, 다리가 저절로 움직여준다.
다시금 동네 매장을 노려봐야겠다. 지난 번에 중고 냉장고를 산 가게가 있는데 이제 날씨도 급격하게 더워지고 하니 에어컨도 사러 가야 할 것 같다. 맞교환으로 에어컨 정도면 팜플렛은 하나 붙여주시겠지. 아무래도 점점 사회에서 살아 가려니 I에서 E가되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