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 정말 장가보낼 수 있을까?

난제로다 난제

by 사각사각

지천명 동지 분 중 현실판 우영우 분의 생신이셨다.

놀랍게도 우리에게 치킨을 쏘겠다고 문자를 보내셨다고 하여 이분의 등장을 초초하게 기다렸다. 감격스럽다. 만날 천날 도시락도 싸 갖고 다니시는 분이 치킨을 쏘신다고?


우리는 정말 궁금했다. 이분이 시원하게 치킨을 사주실까 아니면 늘 서너개씩 가지고 다니시는 바리바리 보따리에 너겟을 구워오실까. 그럼 날씨도 음산하고 해도 저무는데 식은 치킨을 근처 공원에 가서 먹어야 하나 어쩌나. 기다리며 괜한 걱정으로 구시렁 댔다.


놀랍도다. 이분은 진짜 우리를 데리고 근처 치킨집으로 당당하게 들어 가서 무려 일인 일닭 네 마리를 시키시겠다고 선언하셨다. 헉.


"저는 보기만큼 많이 먹지 않아요. 한 마리는 못 먹어요."


이렇게 항변을 했지만 이분은 고집스럽게 세 마릴 주문했고 먹다가 너무 느끼하여 매콤한 닭강정을 추가했다. 결국 일인 일닭이 펼쳐지고.


이분은 무려 박사학위가 있으시고 집중력이 대단하시다. 노란 프라이드 치킨에 무섭도록 집중하시며 질문에도 잘 답하지 않으신다. 맛있는 걸 먹으니 더욱 기분이 최고조에 달하고 웃음이 막 절로 났다. 얻어 먹는 치킨이 맛있다!


"에구, 데이트 하실 때 치킨은 시키지 마세요. 치킨 먹고 여자 분이 집에 갈 것 같아요." 양념처럼 훈수 한마디도 빠질 수 없다.


"데이트 할 때는 집에서 배 좀 미리 채우고 오세요. 3분에 2 정도." 다른 분이 맞장구 치시고.


이렇게 조잘조잘 먹느라 바쁜 와중에도 충심으로 간언드렀는데 듣는 둥 마는 둥 이분의 관심은 오로지 프라이드 치킨! 살다가 살다가 치킨에게도 밀리다니 어느 여자분이 만나겠나. 으흐흑. 또 먹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이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여 후식은 우리가 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조각 케익에 초 하나만 꽂고 생일 축하노래도 불러드렸다. 이분 은근히 사진발 잘 받으셔서 셀카 찍느라 커다랗게 나온 내 얼굴에만 집중적으로 보정을 했다. '어머, 이 순간은 영원히 남겨야 돼.'


음, 이분 그래도 서울에 자가로 소박한 집이 있으시다고 하는 놀라운 정보 입수. 너무 과소평가했구나. 까도 까도 양파 같은 매력을 지니신 분이로다. 남편감 점수가 쑥쑥 올라가며 갑자기 올해 '생의 반려자'를 만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제일 먼저 가시겠는데요. '여자분에게 '자가'강조하시고 집으로 초대하세요. ㅎㅎㅎ." (나머지는 알아서)

치킨에 케익 먹고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온갖 아양을 떨며 조언을 다해드렸다.


"오빠, 가방은 좀 줄이시고 마음에 드는 여자분 가방 들어주시고요." 호호호.


우리의 추궁에 일일여행(날마다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싸들고 다니는 보따리라고 하신다. 어마무시한 양으로 보아 삼박 사일은 가겠고만.


"보일러는 14도 고정은 너무 심해요. 20도까지 올려주세요." 하하호호.


풀어야 할 난제가 산더미다. 이분 은근히 AI 같으신데 별 말씀 없으시고 늘 생각에 잠기셔도 착착 머리 속에 입력되었을 수도 있다. Chat GPT, 달에 한번은 치킨을 사라!


말하다가 지쳐서 "내 코가 석자다. 나 먼저 잘하자." 고 다짐했지만 이분에게도 왠지 치킨 껍질 같이 바삭하고 고소한 사랑이 찾아오시기를 빌어본다.


신이여, 기적을 내려주소서!

영롱란 치킨 세 마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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