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보통 장을 보러 간다. 장을 보기 전 공원을 몇 바퀴 돌고 커피 한잔 하는 게 보통의 주말 일과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멀리 달려가고 싶어졌다. 머리를 굴리며 어디가 좋을까 생각해보니 '와우정사'라는 절이 문득 떠올랐다.
혼자서도 마음이 내키면 드라이브를 잘 가는 편이다. 코로나를 지나고 나이도 먹고 하다보니 역마살이 조금 사그러들었다. 예전에는 필을 받으면 인천 대부도 정도는 룰루랄라하며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가곤 했는데.
용인 와우정사는 이차선 시골길을 굽이굽이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사찰이다. 다양한 석가모니 상과 돌탑들이 마치 전시장처럼 놓여있어서 야외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든다. 동남아 풍의 석가모니상과 탑도 있어서인지 외국인들도 종종 방문하더라.
고즈넉한 언덕길을 걸으며 그림으로 그려진 석가모니의 일생도 읽어보았다. 29세에 깨달음을 얻으러 왕궁을 떠나 처자식을 버리고 출가하셨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좀 언짢아졌다. 아, 아무리 깨달음이 중요해도 그럼 애초에 결혼을 하지 말던가, 왜 처자식을 버리는가? 나쁘다. 그러나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주시고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거겠지.
(불자님들에게 욕 먹지 않으려 애쓴다)
와우정사에는 유명한 누워계신 부처님이 계시는데 딱히 감흥은 없었다. 어두운 실내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것처럼 누워있다.
(그럼 나도 틈나는대로 누워 있는데 열반에 든 건가)
그런데 이마저 건물을 증축한다고 하여 폐쇄가 되어 있었다. 이보다는 황금색 커다란 석가모니 머리만 있는 상이 인상적이다. 몸통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 데 이대로가 더 독특하고 멋진 것 같다.
절을 탐방하고 배가 고파져서 주변 음식점을 찾기 시작했다. '시골 밥집'이라는 간판이 있는 음식점이 이십년 전통이 있다 하고 차량도 꽤 주차돼 있어서 들어갔다. 청국장 정식인가를 먹었다. 나물만 가득한 건강식이었고 뭐 나쁘지는 않았다. 밥을 든든히 먹으니 안정감이 오고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근처에서 커피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에는 맛집을 잘 찾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검색을 해서 찾아다니곤 했지만 진짜 맛집일 확률은 반반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너무 인기가 있어서 줄 서서 기다리고 해야 하면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고 현기증 난다. 먹는 것도 양을 절제하고 맛집보다는 건강식을 찾아다닐 때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조용한 까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니 짧은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엄청난 뷰가 보이진 않아도 창밖으로 벚꽃이 하나둘 피어나는 눈부신 나무와 평화로운 시골 언덕이 보인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하던가. 오늘은 석가모니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마음의 평화가 가득한 여행이었다. 이대로 성불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