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2] 그녀가 떠나간 이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있겠지요
S는 떠나가는 OO장에게 크게 실망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OO장의 첫인상은 매우 좋은 편이다. 지적으로 보이는 외모에 목소리도 낭랑하고 친절해 보인다. 누구나 처음 봤을 때는 호감을 느낄만한 인상이었다. S는 이 훈훈한 첫인상을 단박에 바꾼 몇 달 전 일이 떠올랐다.
지국에는 다른 공부방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한달 일렀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기에 동기 같은 관계였다. 이 선생님은 운 좋게도 같은 아파트에서 공부방을 운영하시던 선생님이 이사를 가시면서 그 학생들을 고스란히 인수·인계받게 되었다.
‘아, 복 받으셨네. 부럽다.’ 오 개월이 넘어가도록 학생의 그림자도 보기 어려웠던 S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서 이 동료 선생님은 화상으로 하는 우수 사례 발표도 하고 S는 옆에서 부러움이 가득한 마음으로 박수도 치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선생님이 회사의 단체 대화방에 원망 가득한 문자를 올리기 시작한 거다.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 회사에서 저에게 OO만원을 다시 돌려 달라고 합니다. 블라블라”
이건 이 회사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데다가 OO장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설명마저 정확하게 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였다. 이 일로 OO장과 이 선생님은 전화로 대판 언성을 높이고 감정을 건드리며 싸우게 됐다.
“저는 이만저만 하여 이 수업 모두 그만두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저희도 선생님을 붙잡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런 결별의 삭막한 대화가 오간 모양이었다.
S는 어리둥절했으나 양쪽과 다 통화를 해보고 중재를 해보기로 했다. 그나마 막 친분을 쌓게된 한 분 계시는 동기 선생님을 어떻게든 붙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더불어 사는 사회이니 야박하게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체할 수는 없었다. S는 의외로 마음이 따뜻한 여자이다.
오지랖 넓게도 S는 황금 같은 주말에 OO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중재에 나서겠다고까지 제안을 했다. OO장이 찾아가서 만나겠다고 하는데도 거절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동기 쌤을 진정시키려면 동석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연인 사이도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마지막으로 화해의 장은 열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혼에도 한달동안 다시 곰곰히 재고해보라는 숙려기간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결국, 자존심 드높으신 OO장은 이 제안도 무시하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냈다. 동기 쌤이 여기저기 SNS에 분노에 가득 차서 원색적인 비난의 글을 올리고 하는데도 깡그리 무시하면서.
중재가 되지 않으므로 OO본부까지 알려져서 이 둘을 중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나간 OO장은 마지막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셨다.
“저는 선생님을 설득하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니에요. 선생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기껏 회사에서 마련해 놓은 자리에 제대로 파투를 낸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선생님이 깔끔하게 그만두심으로 80여 과목은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가게 되었고 그토록 월말마다 강조하고 성장을 부르짖는 실적이 곤두박질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하아, 대체 OO 장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건가?‘ S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였다.
한 과목이 아쉬운 차에 머리 한번 숙이고 조곤조곤 설득하면 되는 일을 이렇게 망치다니. 내가 대표라면(대표일 리가 없지만) 이런 OO장을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고 신임할 수가 없는 에피소드였다.
이 외에도 몇 번의 사건을 겪으면서 S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OO장은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소통을 하지 않으니 늘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동문서답을 하여 상대방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대다수 직원은 이분과의 소통을 거의 포기했다. 심지어 얼마 전 OO장님이 입원을 했을 때도 사람들은 냉랭한 반응이었다.
“입원한 게 우리 실적 때문이라는 건가요? 나도 그 수술 다 하면서 회사 다녔어요.” OO장의 입원 소식을 들으며 이렇게 이죽거리며 항변하는 분도 있었다.
인간적으로 오가는 정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다면 이런 한겨울 시베리아 냉기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그 병이 중년 여성들에게는 종종 찾아오는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니긴 했으나 그렇다 해도.
OO장은 앞으로 또 어디로 가서 불통의 세상을 만들 것인가? S는 그나마 이 자리는 제 때에 떠나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