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4] 미아가 될 뻔했을까?

by 사각사각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 한 명을 공부방으로 보낼 것인데 여섯 살이라고 했다. S는 당황스러웠다. ‘여섯 살이라니.’ 그녀는 이렇게 어린아이를 가르쳐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녀의 주 고객층은 중, 고생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는 1.8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사는 데 수업이 끝나고 집에 데려다 주기로 했단다. 오는 길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아이를 태워서 와야 했다.


대체 수업 도중에 이런 복잡다단한 스케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지만 미처 고민을 해볼 시간이 없었다. 이미 오 개월 동안 비워둔 공부방은 하얗게 스러져 화석이 되어가고 있었고 S의 마음은 활활 타들어 갔다.


앞으로 월세는 무엇으로 감당해 나갈 것인가? 평소에도 S는 모든 일에 시작과 결정이 빠른 편이다. 일단 시도해 보는 습관 때문에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지저분한 차 안 청소를 후다닥 하고 공부방에 가서 아이를 기다렸다. 아이의 어머니는 도착해서도 불안감을 드러내면서 쉽사리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가 낯가림이 있다고 했으나 어머니가 더 안절부절못하는 형국이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OO인 제가 태워다 드릴 거예요.”


“오시기 전에 미리 전화해 주세요.”


아이는 예상보다 여섯 살치고는 매우 똑똑했고 자기 의사도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었다.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을 공부하자니 지루해 보이기도 했지만, S는 중간에 ‘짜라짜짜’ 노래도 들려주고 못 추는 이상스러운 춤도 추었다. 특히 수학이나 탐구 쪽을 좋아하고 조그만 손가락으로 패드도 스스로 잘 사용했다.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기계 사용이 능숙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국어, 수학, 탐구 등등 학습을 해나갔다.


“영어는 제일 싫어.”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지 영어만 하지 않았지만, 차차 좋아질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타고난 성향도 있고 너무 어린 나이에 원어민 영어 수업을 듣거나 하면 의사소통이 안 돼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까.


무사히 첫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데려다주고 빠듯한 시간에 다음 수업을 하자니 마음이 바빠졌다. 아이는 차에 타서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차 안에 물건들을 이것저것 만지고 질문했다. 안전띠를 매야 한다고 했으나 거부하기에 짧은 거리라서 그냥 갔다.


‘십 분 내에 도착할 것인데.’


아이는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바람을 만끽하면서 좋아했다. 즐거운 것 같았고 그다지 위험하게 보이지는 않아서 내버려 뒀다. S는 꽤 자유 분방한 스타일의 교육관이 있어서인데 이것이 후환이 될 줄이야.


아파트 앞에 도착하니 아이는 잽싸게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S는 그제야 생각이 나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계신 게 아니었는지 아이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아이가 차에 타고 있어서 마음이 급하여 S는 어머니가 아파트로 들어간 아이를 만났으려니 했다.


몇 분 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와서 아이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차에서 내려서 나가 보니 아이는 아파트 앞에 멀뚱멀뚱하니 서서 울고 있었다. 들어가서 로비에 앉아서 물어보니 19층 집에 올라갔다가 엄마가 없어서 내려왔다고 한다. 아이를 달래고 다음부터는 그렇게 뛰어가 버리면 안 된다고 당부를 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내려와서 막 울음을 그치고 안정된 아이를 얼싸안고 다시 눈물을 흘리게 하더니 다짜고짜 화를 내고 들어가 버렸다.


하아, 아이 하나는 미아가 될 뻔하고 교사 한 명은 진이 빠져나가는 하루다.


분명 실수가 있긴 했지만 드넓은 놀이 공원도 아니고 제집 아파트 동 문 앞에서 호수를 정확히 알고 있는 똘똘한 아이가 사라질 리가 있는가? 하지만 그 어머님은 대노하여서 당일로 수업을 모두 취소하고야 말았다.


S는 물론 미리 전화하지 않은 잘못이 있었지만 주말 내내 이 일을 떠올리며 괴로웠다. 이제 인간 사이의 이해와 용서란 사라진 세상이 된 걸까? 마음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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