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11] 전세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받아야죠

by 사각사각

S는 전세금 문제로 동생과 다툼이 있었다. 전세금 1억은 동생이 관리하는 엄마의 계좌에서 빌려주기로 했다. 집을 계약하는 과정을 직접 와서 보고 듣는 게 아니니 오해가 계속 쌓이는 것 같았다. 적금에 들어있는 돈을 해지하고 일부를 보내야 해서 더욱 부아가 난 모양이다.


TV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 사기에 관련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소위 갭 투자라고 해서 전세금이 집값과 비슷한 상황이 되니 전세자에게 보증금을 받고 과도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인천에 250채의 집을 사들인 투자자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고 세입자들에게 문자로 통보하고 잠적했다고 한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대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사람 중에는 자살을 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집을 투자한 집주인도 행방이 묘연하니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사태에 직면한 사람들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전세 제도라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법적으로라도 보유한 재산 없이 과도한 투자를 해서 집을 매매하는 사람을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세입자의 입장에서도 매달 부담되는 월세를 낼 생각을 하면 여유자금이 있으면 전세를 선택하게 된다.


지난 주에 임시계약금을 냈으니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쓰려고 했는데 소유자가 형제로 되어있었다. 형제분 중에 작은 아드님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서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동생이 모두 직접 들은 건 아니라서 S가 전화로 설명을 했지만 사기라도 당한게 아닌가 싶었나 보다.


“부동산 전화번호를 달라, 왜 계약서를 쓰지 않았는데 임시계약금을 보냈느냐? “동생은 혼자 막장 드라마를 쓰면서 난리가 났다.


형제, 자매일지라도 돈 문제 앞에서는 첨예하게 대립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몇 번 유산을 분배하자는 제안 후에 입장 차를 겪고 나니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분노가 있는 것 같다.


여러 차례 집을 봤으므로 보증금이 헷갈렸는지 거짓말을 하네 하는 말들이 오가고 나서는 감정이 격해지고 말았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에 비가 줄곧 내렸다.


S는 후덥지근해지는 날씨에 전화로 언쟁까지 벌여서 열이 더 올랐다. 작은 방은 금방 열기로 가득해진다. 비가 왔지만, 우산을 들고 공원으로 나섰다. 회사 일과 사람들 관계에 지쳐서 혼자만의 여유로운 휴일을 보내고 싶었지만 동생과의 통화로 혈압이 올라서 시원한 공기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산책을 마치고 고양이가 네 마리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대학가답게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도구들이 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학생들이 북적이는 떠들썩한 분위기여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는데 이른 오후에 휴일이어서 학생들은 아직 외출하지 않았나 보다.


넓은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니 카페의 고양이들이 다가와서 한 마리씩 인사하듯 아는 체를 했다. 스스럼없이 자리로 뛰어 올라와서 순진한 얼굴을 하고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S는 상한 마음을 달랬다.


부드러운 털이 손끝에 느껴진다. 비 오는 날이니 S의 맞은 편 의자에 누워서 낮잠에 푹 빠진 녀석도 있었다. 언제 봐도 유유자적하는 묘생은 인간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너는 걱정, 근심이 있니? 한가롭게 사료 먹고 낮잠 자고 그루밍하는 네가 제일 부럽구나.‘


S는 비에 젖은 바깥 풍경을 가끔 보고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들과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별다른 일 없는 휴일의 오후는 천천히 빗속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세 계약금을 보낸 다음 날 아침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새벽에 깨어서 뒤척이다가 전화를 받아서 비몽사몽 간이었다.


”언니, 아침에 뉴스 봤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서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대피할 준비를 하래.“


’전쟁이라도 나는 건가? 그럼 계약금은 어떻게 돌려받지?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을 켜서 실시간 뉴스를 잠깐 봤으나 별다른 대안도 없으므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서울에만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되었고 십 여분 후 경계경보를 해제한다는 문자가 다시 왔다고 한다.


’전쟁이라니 참, 어디로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대피해야 한단 말인가? 그나저나 전세금은 어떻게 되는거지?‘ S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보다는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이 더 걱정스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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