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21] 공부방 오픈식을 하다

신이 난다 신이나

by 사각사각

oo장은 공부방 오픈식을 하면서 고사를 지내자고 했다.


‘굳이 질문하길래 기독교인이라고 종교까지 알려줬는데 고사를 지내자니, 내 참.’


하지만 현재의 간절한 심정으로는 고사 아니라 고사 할아버지라도 하자면 해야지 별다른 수가 없었다.


아침 열 시까지 공부방에 오시겠다는 oo장의 말씀에 너무 이르다 싶었지만, 냉큼 일어나서 주변에 사시는 선생님을 픽업하여 공부방으로 향했다.


‘주인장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게 도리가 아닌가?’ S는 조금 늦을 거라고 여유를 부리며 망언을 한 것을 후회하며 일찌감치 나섰다.

공부방에 부리나케 가서 oo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저희는 공부방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저희는 고사 물품 사서 가고 있어요. 아유 더워죽겠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으세요.“


”네 하하하. “S(INFP)는 oo장의 막무가내 내뱉는 말이 때때로 재미있다. MBTI를 찾아보니 OO장(ENTJ)과는 잘 맞는 성향이었다. O장(ISTJ) 과는 상극으로 나왔다. 어쩐지 한두 번씩 사소한 표정이나 말에 기분이 묘하게 상한다.


oo장님은 항상 땀을 흘리며 더위를 무척 타시기 때문에 하나도 덥지 않은데 에어컨 온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서 22도로 맞춰놓았다.


oo장님은 두 명의 o장님과 공부방에 들이닥치셨다. 오자마자 오픈식 때는 문을 다 열어놓아야 한다며 현관문, 창문까지 죄다 열어놓았다.


‘아, 에어컨 틀어놓았는데...그리고 집주인님이 옆집 할머니 예민하시다고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리고는 방향제를 사다 놓아라 어쩌라 한참 참견을 하셨다.


테이블을 옮겨서 고사상이 뚝딱 차려졌다. 방금 막 쪄온 시루떡, 구운 달걀 한판, 바나나 한 송이, 소금 항아리(?), 막걸리 등이 펼쳐지고 각종 핑크빛과 금색 풍선도 가열차게 불고 ‘축 오픈 oo동 공부방’ 글자도 번개와 같은 속도로 수술 달린 벽 장식에 붙였다. 귀찮은 마음이 있었으나 심히 고마웠다.


‘상당히 당황스럽지만, 이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가?’ S는 원래 시시때때로 감동도 잘 받는 사람이다.

‘신규 대박’ ‘휴회 제로’ ‘최고 급여’ ‘무탈 근속’ 이런 부적 같은 글씨도 고사상에 주르륵 붙여놓았다. ‘일생 사주팔자나 점도 코로나 시대에 인생이 답답하여 딱 한 번 심심풀이 땅콩을 먹는 기분으로 가봤는데 고사상이 웬 말인가?”


하지만 고사상에는 격려금 봉투가 세 개나 놓였다. ‘얼마나 들었을까나?’ S는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가늠해봤다.


oo장님은 연설 뿐 아니라 이벤트에도 능하신 분이었다. 무슨 휘황찬란한 개관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현관에서 테이프 커팅식를 하고 현관문에 소금을 뿌린 후 악귀를 물리치는 의식인지 미리 불어놓은 풍선을 한 명씩 터뜨리라고 하셨다.


‘이런 큰 소리 나는 거 참 싫어하는데.’


S는 마음속으로만 구시렁대면서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깔깔 웃으며 단번에 풍선을 발로 터트렸다.


“팡팡” 까르르 까르르. 얼마나 신이 나는지.

날씬하신 다른 선생님들은 풍선이 잘 터지지 않았다.


“하하. 너무 가벼워서 안 터지나 봐요.”


S는 가위를 건네드리며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추임새를 넣었다. 비판적이고 초조한 마음을 내려놓으면 모든 일이 즐거워진다.


고사상을 앞에 두고 oo장님은 절을 세 번이나 하셨다. 어찌 되었건 땀을 뻘뻘 흘리며 고사 진행을 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이 더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님께 비나이다. 공부방이 대박이 나게 하옵소서.”


OO장은 힘겹게 절을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몇 분 오시지 않았지만, 상품 추첨까지 하며 흥이 한껏 오른 상태로 오픈식은 마무리되었다. 왁자지껄하게 점심을 먹으러 가서 S는 호기롭게 점심값도 냈다.


’봉투에 밥값 정도는 들었겠지. 고사상 차리는 지극정성도 들였는데 밥값 정도 못 낼쏘냐? ‘ 카페에서 커피까지 단란하게 마시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팸플릿을 어떻게 붙일지 한참 설명을 들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할 때 와서 노란 팸플릿을 곳곳에 붙여야지. ‘S는 몇 개월 만에 이제 전단지 돌리고 팸플릿 붙이는 것에는 도가 튼 것 같았다.


지천명이 되어서야 회사 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하는 건가? 매일 출근하라시면 단칼에 거절하겠지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전 08화[회사 이야기 20] 제가 일방적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