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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를 보러갈까요?

인도네시아 브로모 활화산

by 사각사각

마지막 날 하루 전 하이라이트로 우리는 활화산이라는 브로모산에 일출을 보러 갔다. 새벽 두 시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쯤 되었다. 그 시간에 해가 떴을 리가 없다. 늘 막무가내 재촉하시는 리더님 덕분에 해뜨기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한 것이다.


기온이 낮았으므로 겨울 점퍼를 입고 한 시간 여 해뜨기를 기다리다가


"새벽 4시 반에 해가 뜰 리가 없잖아요." 무용지물인 항변을 했다.

저 멀리 웅장한 브로모 화산이 구름에 싸여 보이고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유성도 떨어졌다. 화산재 가루가 덮인 곳에서 한 시간여를 동동거리며 일출을 기다렸다. 해가 뜨기 전 붉고 노랗게 하늘을 물들였지만, 굳이 이 장면을 보자고 새벽에 출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6시 이후에 해가 완전히 뜬 이후의 산의 전경도 아주 멋지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종이로 접어놓은 것 같은 산맥도 특이하고 브로모와 그 뒤로 얼마 전 화산이 폭발했다는 수메르산도 볼 수 있다.


새벽부터 빈속으로 나왔더니 배가 고팠다. 지나가는 상인들이 노란 옥수수를 구워서 팔고 있었다. 현지인에 가까우신 인솔자님에게 20달러를 내밀며 아침을 먹자고 했다. 20달러면 이 동네 사람들의 한 달 수입에 가깝다고 극구 말렸지만 떨어지는 당과 넘치는 식욕을 이기지 못했다.


”제가 다 사겠습니다. 저는 돈이 많다고요. 하하. “이만 원 정도로 십여 명을 먹일 수 있다니 이만하면 괜찮은 거래 아닌가? 새벽부터 깨웠더니 어지럽다고 벤치를 차지하고 누워있던 우리 귀요미 학생도 옥수수를 먹고 나니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지프를 타고 가면 멀리서 바라보던 브로모 활화산 가까이 갈 수 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분화구까지 화산재가 날리는 길을 걸어서 가거나 말을 타고 뚜벅뚜벅 갈 수도 있다. 먼지가 풀풀 날리기 때문에 말을 타고 갔으나 올 때는 마부를 찾지 못해 걸어왔다.


‘이 아저씨가...농땡이를 치려고 했나.’ 싶었지만 나중에 추정해 보건대 내가 겉옷을 벗어서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


현지에 사는 분이 있어서 말 타는 코스를 일인당 이만 원으로 흥정을 해주셨고 원래 가격은 사만 원 가까이 되니 그럭저럭 걸어서도 갈만 하다. 다만 나중에 집에 와서 세탁하면서 보면 화산재가 신발에 꽤 많이 들어온다.


분화구는 연기가 펄펄 나오고 산맥은 검게 그을려 있거나 유황빛이 나기도 했다. 분화구에서는 폭포 소리 같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살아생전에 처음으로 분화구를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다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많은 관광객이 난간에 몸을 기대고 놀라운 광경에 신기해서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 북적이는 데 난간은 낡았고 오고 가는 길은 좁아서 잘못했다가는 끓어오르는 화산에 에델바이스 대신에 산채로 제물로 바쳐질 것 같아 위험해 보였다. 난간이 있는 곳까지만 겨우 가서 한참 구경을 하다가 내려왔다. 난간이 끊어진 길 위로도 아찔하고 폭이 좁은 길이 이어진다.


날씨가 더워서 체크 무늬 빨간색 윗옷을 벗어서인지 마부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구경하는 새에 일행들이 다 말을 타고 떠나 버려서 그냥 걸어서 돌아왔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단체 여행을 할 때는 정신을 차리고 일행을 늘 잘 따라다녀야 한다. 일생 처음으로 연기가 나면서 끓어오르는 분화구를 보고 싶으시다면 브로모산에 가보시라.


브로모산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사바나라고 하는 초원지대에 갈 수 있다. 색색의 지프를 배경으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면 자유인처럼 멋있게 나온다. 하지만 새벽부터 끌려나가서 장장 여덟 시간을 관광에 나섰기에 사진 한 장 찍고 잠시 초원을 느껴본 것으로 만족이었다.


‘얼른 그 오성급이라는 호텔로 갑시다. 편안한 화장실에서 혼자 해결할 일이 있다고요.’ 일행들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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