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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활하기

힘든다

by 사각사각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어렵다. 적응이 되고 서로의 성향과 행동방식을 이해하게 되면 좀 더 쉬워질 수는 있겠으나 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 있는 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있더라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쉬는 시간도 필요한 법.

산에서의 첫날밤, 작은 방에 누워 잠을 자려는데 한 명이 감기에 걸려서 계속 기침을 했다. 밤새 간헐적으로 계속되는 기침 소리. 게다가 그 친구는 근육질의 몸에서 나오는 건지 기침 소리마저 우렁찼다. 작은 문이 가로막혀 있는데도 귓가에 쟁쟁 울렸다.


기침 소리에 뒤척이며 밤을 새우는데 이번에는 낮에는 주인 없는 개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동네 개가 짖기 시작했다. 이어서 질세라 새벽을 깨우는 닭이 목청껏 울어댔다. 그리고 힌두 성전에서 웅얼거리며 새벽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람이 필요 없을 지경이었다. 새벽 네 다섯 시에 자연과 인간의 소리를 들으며 기상!

애써 잠을 청하려고 이 모든 소리와 한 침대에서 자는 분의 코 골고 이 가는 소리까지 들으며 반수면 상태로 밤을 지새웠다.


참으로 난감한 단체 생활이었다.


게다가 몸의 배터리가 반나절이면 방전이 되는 편이다. 오전 내내 활동을 하면 오후에 잠시 쉬어야 한다. 수면도 부족했으므로 작은 방에 들어와서 몸을 뉘었다.

밖에는 여섯 명의 인간들이 부대끼며 종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 누가 여자들이 말이 많다고 하는가? 남자 여섯이 시도 때도 없이 헛소리를 낄낄거리며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미칠 지경.


그리고 그 집에는 인도네시아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두 개의 회전하는 구가 만나서 엄청난 소리를 내는 장난감이 있었다. 십 대 두 명이 포함된 성인 남자들이 이 장난감에 푹 빠진 모양인지 아니면 와이 파이도 잘 안 되고 딱히 할 일이 없어서인지 습관적으로 이걸 돌려대기 시작했다.


딱딱딱딱......×100, 깔깔, 두런두런 무한 반복되는 소리를 반수면 상태에서 들으니 슬슬 화가 끓어올랐다.


문을 살짝 열고 ”그 장난감 좀 그만하면 안 되겠니?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바로 문 앞에서 신나게 소리를 내던 십 대 남자아이가 ”지금 잠을 주무시는 건 아니잖아요? “눈을 똑바로 뜨고 반문했다.


그래서 ‘잠을 자지 않으면 그 거슬리는 소리를 계속 들어도 된다는 거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더 상대할 기운이 없어서 싸하게 방문을 쾅 닫았다.


그 장난감은 무려 세 개나 있었다. 아까 방문을 열었을 때 그걸 돌리고 있던 인간은 둘이었고. 하, 미치겠다. 고막에 이상이 있는지 이 신경을 건드리는 소리를 어떻게 참아내는지 모르겠다. 내 날카로운 예민함은 팔 할이 청각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조용히 수거하여 집주인분에게 방에 꼭꼭 숨겨놓으라 일렀다. 자식뻘인 놈에게 이성을 잃고 매우 화내기 전에.

이 난리 통 불면의 밤을 겪고 집으로 돌아오니 비로소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진공 상태같은 공간. 밥을 먹고 빨래를 돌린 후 종일을 잤다.


방 한칸이 이리 고마울 수가 없구나. 이래서 인간은 여행을 다녀야 한다.

지나고 니니 다 추억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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