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른 성향, 사람들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by 사각사각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여행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여행이 힘든 점은 이 다양한 사람들이 장시간, 거의 24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행이라도 개인 자유시간을 주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활동하는 시간을 떠나서 나 홀로 마음을 추스르고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하므로.


이 여행의 인솔자님은 매우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었다. 이분이 짠 스케줄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예를 들면 새벽 2시 반에 브로모 화산을 보러 출발하여 일출을 본다는 계획이 있었다. 전날 사람들은 라면을 먹으며 거의 11시까지 놀았다. 잠든 지 3시간 만에 기상을 한 것이다.


게다가 막상 일출을 보러 가니 해는 거의 6시에나 떠서 추위에 떨며 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해뜨기 전에 내려왔다.


이분은 항상 이런 식으로 강행군을 하는 스타일이서 농담 삼아 물어봤다.


”혹시 해병대나 특전사 나오셨어요? “


엄청 해맑게 웃으면서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아무튼 타고난 체력이 남다른 건 확실했다. 오십이 가까운 나이에도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활동을 하는 놀라운 분.

또 한 명은 근육질의 미국인이었는데 이 분은 의외로 상당히 감성적이셨다.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F에 치우쳐 보였고 가끔은 우울증인가 싶기도 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감동을 시시때때로 받으며 눈물을 보이곤 했다.


”전 좀 당황스럽네요. 제가 여자친구라면 그만 좀 울라고 했을 것 같아요. “


이렇게 또 참지 못하고 이 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평을 하고 말았다. 사실 너무 불편했다. 감성에 치우치는 걸 보는 게 힘들고 왜 자꾸 우는지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하지만 덧붙였다.

”내가 울 때는 또 그럴만하다고 하겠지만요. “ 돌아보니 머쓱하다.


다른 한 명은 십 대 청소년이었는데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추정되었다. 이 소년은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로 조금 엉뚱한 행동을 하긴 했으나 사람들과 대화도 되는 편이고 사회성은 발달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자고 하다 보니 옆에 분을 발로 자꾸 차고 영어로 잠꼬대하고 했다고 한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옆에서 잔 분은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것 같다.

다른 멤버 한 명이 ”분화구에 가면 쟤를 그 안으로 밀어버릴 거예요. “라고 농담 같은 진담을 했다.

”이제 열여섯이고 미성년자인데 그런 말을 해야겠어? 너무 심하잖아. “


내가 또 갑자기 나서서 이렇게 정색을 했는데 물리적인 거리가 좀 있고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 학생을 챙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괜히 역정을 크게 낸 것 같아 미안했다.


또 한 명은 ENTP라고 했는데 이 성향은 한때 연구를 한 바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좀 두드러진 특성이 있다. 상당히 매력이 있으나 말을 툭툭 함부로 내뱉는 성향이다. 이 분과도 잠시 언쟁이 있었다. 이 분은 리더였으므로 준비 모임을 세 달 전부터 갖기를 원했나 보다.


하지만 생업도 있고 십 대 세 명에 삼십 대 네 명, 오십이 가까운 두 명, 자주 모이기에는 애매한 구성이고 그리 준비를 할게 많은가 싶다. 게임과 축가 등을 준비했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했다.


현지 아이들이 어려서 게임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결혼식 축가를 부르려고 올라갔는데 무대가 좁아서 다 올라갈 자리가 없었던 것 등등.


이래서 무계획이 계획인 난 지나치게 준비를 하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다. 여행이란 특히 늘 변수가 존재한다. 장소도 시간도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그것이 여행의 참된 매력이 아닐까?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성격이 갈고닦아지면서 훈련을 받는 기분이었다. 때로 성향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너무 크게 신경을 쓰지 말고 넘겨야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이래서 인간은 평생 경험하고 배워야 하나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분화구를 보러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