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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ul 26. 2023

연약한 척해볼까

역효과 날 수도

S는 캐리어를 씩씩하게 끌고 도로변을 십 여분 동안 걸어가고 있었다. 한 남자분이 농담처럼 조언했다.


'좀 연약한 척을 하세요. 그래야 들어주죠. 하하."


머쓱해서 옆에서 심지어 캐리어도 아니고 무거워보이는 가방을 바리바리 몇 개씩 들고 걸어가는 지인분을 대신 타박했다.


"들었죠? 우리가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연약한 척을 해야 남자들에게 호감을 얻는다고요. 하하."


'연약하지 않은데 어떻게 연약한 척을 하죠?" S는 이렇게 또 눈치 없이 덧붙였다.


힘이 장사인 건 니지만 내 짐은 내가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진짜 감당이 안 될 정도면 모르겠으나 달랑 캐리어 하나 가져왔는데 직접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짐을 들기 싫은 자는 자기 짐을 줄여야 한다.


짐 들기 버거워서 작은 캐리어 하나에 온갖 화장품과 라이어까지 꾸역꾸역 밀어 넣었단 말이다.


S는 인식은 하고 있다. 남자분들이 야리야리하고 힘없어 보이는 여성이 부탁하고 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오빠, 이것 좀 들어주세요오..." 이런 여성스러운 연기에 힘을 쓰며 기뻐한다는 걸.  팔자야!


지만 타고난 성향이 그리 여성적이지 않다. 캐리어 끌고 혼자 해외여행도 다니는 데 어쩌란 말이냐. 누가 가방 들어주면 고맙긴 하나 부담스럽다.


'지가 먼저 들어준다고 야지 너도 별다르지 않다.

피차 일반이구먼.'


건강한 여성이 매력적이다. 가능하면 선탠 한 피부에 근육이 살짝 붙어 있는 여전사 같은 스타일에 끌린다. 영화로 치자면 <헝거 게임>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은 이미지. 게을러서 현실은 그렇지 못하나 이상향은 그러하다.


비실비실하는 여성에게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텐데. ㅎㅎ


하지만 연약한 척이라도 좀 해봐야겠다. 누가봐도 연약해 보이지 않은데 가당키나할까? 연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떨기 꽃 같아야 하는데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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