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사진을 찍는 것이 꺼려진다. 살이 많이 쪘고 나이도 훅 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마흔 중반쯤이 넘어가면 급격한 노화가 오는 시점이 있는 것 같다.
살아오면서 내 얼굴에 그다지 불만이 없는 편이었다. 긍정 성향이 여기에서도 작용한다. ‘이만하면 괜찮지, 그럼’
셀카도 매일 여러 장 찍어서 sns에 올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어느 각도로, 다양한 조명 아래서 찍어도 원하는 기준에 맞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실망이 거듭되니 사진 찍기를 그만두게 됐다.
현재의 얼굴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이다. 특히나 피곤한 날 저녁때,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보면 눈썹부터 볼살 등이 전체적으로 많이 쳐져 보인다. 에잇, 안 보는 게 낫다.
<패러다이스>라는 영화는 현재 넷플리스에서 인기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미있게 봤다. 주제 자체가 관심이 많은 분야여서 일 수도 있다. 독특하게도 돈을 주고 젊음을 팔거나 살 수 있는 사회가 배경이다.
마음이 아픈 장면은 난민촌 같은 곳에 가서 젊은이들이 젊음을 팔아서 혹독한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는 장면이었다.
이건 마치 생명을 팔아서 재물을 얻으라는 것과 같다. 아직 돈이 부족하고 미래가 창창한 이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일 수도 있겠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막스는 생명공학 회사에 다니는 데 이 회사에서는 사람들을 상담하여 자신의 젊음을 저당 잡혀서 다른 꿈을 이루는 데 사용하도록 한다. 여기에서 인정받고 꽤 잘 나가는 직원이다. 막스는 엘레나라는 의사인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한다.
이들은 무리하게 좋은 집을 구하고자 엘레나의 생명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그런데 이 집이 화재로 불타고 자기 과실로 판정되어 엘레나는 사십 년의 생명을 잃어버리게 된다.
30대의 엘레나가 갑자기 70대의 할머니가 된 것이다. 이 시점부터 막스는 이 회사에 관한 회의가 들게 되고 엘레나의 젊음을 다시 되찾고 둘이 꿈꾸던 아이를 갖고자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된다.
그렇다면 돈을 얻기 위해서 생명을 내줄 수가 있는가?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아직 젊고 극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유혹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을 하다가는 목숨이 단축되지 않을까 싶은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다 내려놓고 쉬어야 하는 시점이다.
삶에서 일과 스트레스는 적당히 있어야 하는 데 그 경계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젊음은 하루가 다르게 우리를 계속 떠나간다. 노력이나 시술에 따라 조금은 바꿀 수 있으나 엄연히 나이는 들어간다. 지인분 중 안검 하수 수술과 피부과 시술을 받으시고 얼굴이 퉁퉁 부어서 오신 분이 있었다.
“와, 엄청 젊어지신 것 같아요.” 일부는 빈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실은 아직 부자연스러워서 걱정스러웠다.
육십에 가까운 분도 건재하게 일하는 곳이니 외모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요즘은 여러 조건이 좋아서 육십이 되셔도 십 년은 더 젊어 보이는 분들도 꽤 있다.
외모는 일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다른 분이 120년까지는 살 수도 있으니(으악, 난 싫다!) 아이들이 “할머니 하고는 수업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할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음, 불평을 내려놓고 어찌 되었든 노력은 해봐야겠다. 생명을 사서 젊음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으나 아직 십 년은 더 일해야 하는 현실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고 해도 이십 대와 삼십 대와 사십 대를 다 거쳐왔으니 그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늙는다는 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일이다.
다만, 자신조차 낯설어지는 나이를 받아들이고 관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