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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ug 09. 2023

어색한 만남

굿 모닝!

S는 얼리 어답터가 아니다. 특히나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을 사는 걸 즐기지 않는다. 얼리 어답터와는 별 관련이 없지만 예전 차는 2006년식이었는데 중고로 샀기 때문에 아마 7~8년 정도 탄 것 같다. 그 기억도 더듬어봤으나 실은 정확하지 않다.      

 

이 차가 멀쩡했다면 굳이 새로 바꿀 생각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접촉 사고도 났고 브레이크의 문제도 있었고 머릿속에 종이 울린 것 같았다. 전격적으로 새 차를 구매했다.     


새 차는 집까지 가져다주셨는데 대낮에 땀을 뻘뻘 흘리며 져 오셔서 오래 붙잡고 차에 관해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생긴 키부터 시작해서 내부에 작동하는 버튼이 낯설었다. 설명을 들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차를 며칠 동안 세워뒀다.      


이전 차와 이별 여행까지 다녀오며 질척거린 것은 아마 새 차와의 대면을 망설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도 이틀 더 운행을 하고 폐차장으로 데려가서 마침내 오늘 처음 새 차를 마주했다. 차에 타자 마자 시동 버튼을 찾지 못했다.     


“저, 시동 버튼이 어디에 있는 거죠? 아, 여기 있구나.”      


왕좌왕하며 담당자님께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는 데 핸들 뒤에 작은 버튼이 보인다. 몇 마디 계속 하셨지만 민망하니 얼른 마무리하고 끊었다.      


주유를 하러 가서 정지 버튼을 눌렀는데 창문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 결국 못 찾고 땀이 나서 문을 조금 열어두고 기다렸다. 카드를 받아야 하니.


예전보다 핸들이 얇고 가볍고 브레이크도 지나치게 잘 밟히고 아직 어색한 느낌이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이 있다. 애매한 미소를 지으면서 듣고 있지만 익숙한 친구나 만날 걸 하는 후회를 하는 느낌.      


요즘 날씨에 카페는 천국이다. 시원한 카페에 와서 팥빙수를 한 그릇 먹고 나니 마음에 안정이 온다. 아, 배부른데 또 팥빙수의 아찔한 유혹과 자태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번 여름에도 다이어트는 물 건너간 것인가?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당뇨약이 다이어트가 된다고 해서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먹고 있다. 저혈당이 오는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며 대신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셔서 눈이 번쩍 뜨였다. 혈당이 떨어지는 느낌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가 싶었지만 다이어트가 더 솔깃하다.     


’살이 빠진다는 데 먹어야지, 암. “     


주제가 또 이상한 쪽으로 빠지고 말았다. 옆에 두 젊은 청춘남녀 남녀가 소개팅을 하는 것 같다. 여자분이 계속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화를 하는 걸로 보아 만남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남자분이 말이 약간 느릿한데 계속 끊고 질문을 하면서 호호 웃는다. 그러더니 행복하게 다음 장소로 가는 것 같다.   

   

회사의 oo장은 S가 살도 빠지고 예뻐지고 있다며 남자 친구를 사귀나 보다고 농담을 건넸다. 은근 부아가 치민다.      


”소개팅이라도 주선을 하고 그런 소리를 하세요. 하하."


ㅇㅇ장아, 하루하루 가감 없이 늙어가고 있단 말이다.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이 생경한 지경이요. 주변에 멀쩡한 돌싱을 알아보라며 몇몇에게 다짜고짜 재촉을 했다.


이 불신의 세상에서 가끔은 남자친구가 다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다. 원래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편.      


새로운 동반자 모닝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사용 설명서를 독하고 더 친해져야겠다. 언제 만났는가 싶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올 것이니.     

팥빙수나 먹자 냠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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