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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ug 15. 2023

50대의 싱글 모임은 어디에?

40도 괜찮다 ㅎㅎ

S는 50이 코 앞에 와 있다. 나라에서 한 살을 깎아 주셔서 간당간당하게 40대에 머물러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최근 어떤 모임에 열심히 참석했다. 이 모임은 35살 이상의 싱글이 주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난 몇 달부터 오늘까지 받은 스트레스와 화를 풀고자 하는 글이다. 글을 쓰면서 곰곰이 사실을 따져보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글쓰기란 여러 면에서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해소와 사실 관계 정리, 마음의 안정과 위로 등등.    


최근 이 모임에서는 50살 이상은 기혼자의 모임으로 가거나 다른 비슷한 모임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우리 십여 명이 모여있는 모임의 리더가 사임하면서 해체됐다. 몇 달 전부터 이상하게도 폐쇄성이 짙은 이 모임들의 리더 중 일부는 우리를 받아주지 않겠네 하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남다르게 자존심 강한 인간이다. 누굴 받아주네 마나 하는 건가. 기분이 슬슬 나빠지려고 한다.’


S는 화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차 안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현재 소속된 모임은 평균 나이 일단 50이 넘는다. S가 막내인 입장이다. 하하.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막내를 해보나?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갈 곳을 잃은 상태가 되었고 일부는 기혼자 모임으로 옮기고 일부는 (늙은) 청년 모임에 남기로 결정했다.


어디에도 소속되기 어렵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으며 이 모임이 오아시스 같은 분들이 있어서 참 안타깝다.    


S는 역시 늙은 청년 모임에 남기로 했다. 기혼자와 싱글의 대화 주제는 천지차로 다르다. 둘이 섞여 있지 않고 기혼자들이 대부분이면 남편, 아이, 시댁 이야기들을 한다. 예전에 그 무리에서 혼자 허공에 딴소리를 하면서 왕따 당해봐서 경험으로 알고 있다.      


기혼자들은 유독 아이 이야기가 나오면 끝이 없고 서로 여러 정보들을 교환하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 개밥에 도토리처럼 끼어 있는 싱글이 한 마디라도 거들수가 있는가? 존재도 하지 않는 아이 이야기에 무슨 할 말을 보탤 수 있는가? 자고로 대화란 서로 주고받고 오가야 맛이다.      


그리하여 S를 비롯한 몇몇 잔류하고자 하는 늙은 청년들은 기혼자 모임은 갈 수가 없다며 리더에게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몇 살까지 청년이냐?"

"차라리 네가 리더를 해라." 이런 비아냥을 들으면서.


(격을 부여받아야 하고 그런 부담감은 또 싫다. 'I' 라서 리더 스타일이 아니라고!)


'너나 가라 장년부. 가서 왕따의 기분을 절절히 느껴봐라'


S는 마음이 아직 청년이라고 외치고 싶다.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고 싱글이냐 기혼이냐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40대 인구의 절반은 미혼이라는 기사를 봤다. 40대뿐만 아니라 이 기세가 이어져서 50, 60 대에도 미혼이 꽤 있을 것이다. 어디 가겠나? 순수한 미혼, 돌싱, 사별 등등의  이유로 이 나이대에도 독신자들은 널려 있다.


그런데 이들은 어디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는 걸까? 백세시대에 절반밖에 살지 못한 이 인간들이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갈 모임을 장려해줘야 고독사를 방지하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텐데.  

   

몇몇 미팅 앱들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나이 제한을 40 이하로 두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를 개의치 않는 글로벌한 외국인 모임 중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하하. 하지만 S는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가능하면 아래위로 열 살 범위 내에서. 그 이상은 체력과 정신적으로 힘든다.


이건 참 뭐랄까. 나이를 먹어보면 뼈 아프게 느끼게 되는 현실이다. 억울하게도 꼬박꼬박 성실하게 적금 붓듯이 나이 먹은 게 죄인가 싶다. 어느 모임에 가야 할지 두리번거려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파릇파릇한 30~40대 초중반 인간들이여, 십 년만 딱 기다려봐라. 어떤 암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으며 얼마나 소외감을 느끼게 될지를. 그때까지 싱글이면 이런 적대적인 소리가 나오나 보자.'    


나이를 따지고 묻고 하는 건 차별이고 참으로 실례가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게 참 슬프다. 젊은 인간들이여, 이렇게 빨리 나이를 먹고 어느새 지천명에 이를 줄은 나도 몰랐다.      


그 유명한 아일랜드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갑자기 생각난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이 모임에서 학을 떼서 실망이 크므로 (사실 이미 구성원을 쭉 스캔해 보니 그다지 관심이 끌리지 않는다.) 다른 모임을 알아보고 있다. 트레바리를 찾아보고 있는데 여기 또한 어떤 소모임에 들어가야 할지 망설여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4개월에 25만 원이라는 데 과연 괜찮은 모임을 잘 찍어서 선택할 수 있으려나? 적잖은 돈을 날리는 건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든다.


래도 나름 배우고 고상한 인간들이 꽤 있을 것 같은 데 굳이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도 충분한 독서만 하려고 모이는 건 아니겠지? 여긴 왜 또 나이대를 대략적으로 언급하거나 나눠주지 않는건가? 새파랗게 젊은이들만 있으면 낭패인데. 남녀비율이 잘 맞으려나? 이게 시커먼 속마음.


혹시 트레바리 경험이 있으신 분은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


이곳저곳 기웃거려 봐야겠다. 인생 참.

구하라 구할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열릴 것이니.

밥이나 먹고 할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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