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일기 - 운명같은 아이들

by 사각사각

제 앞에는 열다섯명 정도의 아이들이 앉아 있습니다. 하루 걸러 한번씩 결석하는 아이들도 있으니 그보다 숫자가 적을 때도 있습니다.


그 중 앞에 있는 몇 몇 아이들은 저에게 매우 집중하고 제 개인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왜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교사인 저에게 이렇게 관심을 쏟아붓는 걸까요?


제가 몇살인지(대충 몇살 어리게 봐주렴) 묻거나 저희 동네 영화관에서 만나자고 하거나 체육대회가 끝난후 노래방에 같이 가자거나 심지어 몇몇 아이들은 저희 집에 놀러오고 싶다고 합니다.(아니 왜?ㅇ판인데)


때때로 저는 지나치게 다가오는 아이들에게서 살짝 뒤로 물러나게 됩니다. 저는 혼자있는 것을 매우 즐기고 내 사생활이 침해받는 것을 매우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이 곳의 아이들은 저도 새롭게 알게 되었는 데 부모님들이 공장으로 맞벌이를 하러 나가시고 어렸을 때부터 홀로 방치된 아이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이혼 등으로 부모님 두분 중에 한분이 안계시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남학생 중 한명이 어머니가 지방에 따로 사셔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집에 가야 한다고 할 때는 마음이 짠해 집니다. 고등학생과 재활용 쓰레기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단어잖아요?


이 지역의 아이들은 시골이어서 초,중,고를 모두 같이 졸업한 듯 매우 친밀합니다. 그리고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으나 마음은 따뜻합니다. 내년에 스승의 날 저를 찾아오겠다고 미리 공지를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계속 이 아이들을 생각하고 에피소드들을 써내려가고 때때로 혼자 웃기도 하고 주말에 보고 싶기도 하니 아마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닐까요?(아이 창피해 고백?)


다만 어디까지 해줄 수 있을지가 고민입니다. 관심과 사랑에 너무 목마른 아이들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제가 마르지 않는 샘물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나 보통 인간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절실하게 필요하죠. 가장 작은 이에게 손을 펼쳐 하나님의 위로를 주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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