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숙박한 호텔에는 겨울이어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아침마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가면 늘 한두명의 사람들만 있었다. 내가 누구인가? 친화력 갑인 여자?
어느날 아침을 먹으면서 혼자 식사를 하는 5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상당히 멋이 있으신 외국 아저씨와 슬슬 대화에 시동을 걸었다..ㅎㅎ
아저씨는 프랑스분으로 마도로스(?) 선원 혹은 선장 생활을 오래 하셨다고 한다. 음...어쩐지 좀 탄탄해보이시고 전체적으로 날씬한 몸매에 스타일이 세련되시다. 베트남에서 오래 근무한 후에 은퇴를 하고 다낭 근처에 집을 얻으려고 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 아저씨에게는 매우 젊은 20대의 베트남 여자친구가 있었다. 사실 좀 씁쓸한 광경이지만 그들의 사생활이니..
아저씨는 박식하시고 재미있어서 나는 아침에 만나면 가끔 대화를 나누었다.
마지막 날 저녁은 혼자 밥을 먹으러 나가려는 데 마침 이 커플도 나가는 참이어서 나는 혹시 동행해도 되느냐고 과감하게 물었다. 왠지 그날은 혼자 밥을 먹기가 싫었나보다. 그들도 심심한데 나를 데려가고 싶었는지 흔쾌히 승낙하여서 우리는 즐겁게 근처 식당으로 걸어갔다.
저렴하고 맛있는 베트남 음식들을 시켜놓고 아저씨는 몰래 싸오신 화이트 와인 샤도네(정말 프랑스인답다)를 꺼내면서 건배를 제안하였다.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하고 와인은 어느 때보다도 정말 향기롭고 맛있었다. 통통한 살짝 구운 오징어 구이와 해산물과 와인의 궁합이 환상적인 맛이랄까?
우리는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 , 베트남어 등등으로 건배를 외치며 아주 즐겁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그 날 밤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작별인사를 하였는 데 아저씨가 살짝 취했는지 너무 찐하게 내 양볼에 뽀뽀를 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원래 유럽인은 인사로 얼굴만 살짝 대고 입으로 소리만 내는 데 동양인들에게 일부러 장난처럼 그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저씨의 여자친구가 잠시 외출을 하고 아저씨는 다시 내려오더니 노트북을 가져와서 프랑스에 있는 고향집도 보여주고 선원 시절에 승선하였던 배도 보여주었다. 언제 한번 프랑스에 놀러오라는 제안과 함께.
아저씨의 프랑스집은 바닷가의 아름다운 휴양지여서 나도 어느 정도 호응을 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남편과 한번 가겠다고 슬쩍 말했더니 이 아저씨 슬그머니 대화를 종료하고 어색하게 자리를 뜨셨다.
아마 내가 혼자 다니니까 싱글인줄 알고 한번 꼬셔볼려고 했는지..ㅎㅎㅎ 아..이 아저씨 바람둥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