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일기 - 오늘 본 범죄의 현장

by 사각사각

2교시를 마친 시간이었는 데 왠지 배가 고파와서 학교 바로 앞에 김밥을 먹으러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제 앞쪽 몇미터 앞에 두명의 남학생이 급하게 교문을 벗어나고 있는 데 왠지 익숙한 실루엣이어서 계속 쳐다보니 방금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었습니다.


쫒아갈까 하면서 따라가는 데 (밥도 사줄 수 있었는데) 이 학생들이 저를 본 건지 수퍼 옆 골목으로 잽싸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는 좀 성격이 차분하고조용하여 길에서 소리지르고 하지 않는 편이고 사실 좀 귀찮고 배가 고팠어요.(흑~)


저는 그 옆 김밥집에서 밥을 먹으며 계속 이들이 혹시 나타나지 않으까 지켜보았으나 그 후로는 흔적도 없네요. 꽤 양이 많은 김밥 한줄을 꾸역꾸역 다 먹고 수퍼에 가서 차를 한 박스 사면서 그들이 사라진 상가를 두리번거리면서 둘러보았는 데 이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담배를 피러 갔을 까요. 아니면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수업 중에 일탈? 벌써 고등학생이 된지 10개월이나 지났는 데 왜 중딩때 하던 짓을 계속 하고 정신을 못차리는 건지..쯧쯧


그 중 한명은 지난번 저에게 어의없게 담배도 걸린 학생인데 저와 무슨 악연인지. ㅎㅎ 이런 저런 사고로 중징계를 받기 직전인 데도 이 모양이네요. (징계는 받기 싫다고 하면서 징계받을 짓만 골라가면서 하는 아이러니는 대체 무엇인가)


다른 한명은 현재 예능고등학교인가로 전학예정이라 이분이 나가서 놀자고 속삭거렸겠죠.


월요일 아침에 가서 다시 이 아이들을 집요하게 추궁하고 협박하면서(담임샘에게 알리겠노라) 사건의 전말을 파해쳐보아야겠어요. ㅎㅎ
이거야 원...갑자기 셜록 홈즈로 빙의?


아마 또 지난번 담배사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술술 다 불겠죠. 시골아이들이라 물으면 묻는 대로 혹은 거짓말이 확연히 티가 나게 대답을 할 것입니다.


저는 엄청나게 눈치가 빠른 교육경력 십여년의 내공이 다져진 사건사고 담당 교사(경찰?)입니다...근데 내 자신이 자유영혼인 것이 함정! 머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에헤라디야~) 또 조금 추궁하다가 슬쩍 덮어주면 언젠가는 스스로 정신을 차릴 날이 오겠죠.


아이들은 일년만 지나도 훌쩍 자라고 고3이 되면 아저씨가 되어요. 말년병장들처럼 하루하루 졸업할 날만 기다리고요. 그렇게 이 철없는 아이들도 언젠가는 빛나는 졸업장을 획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제발...이분들아 정신 좀 차리세요!

검정고시 아무나 하는 줄 알아요?ㅎㅎㅎ


갑자기 뜬금없지만 이상은씨의 '언젠가는'이 듣고 싶네요.

이제 한곡 듣고 저도 다시 잠을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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