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일기 - 작은 친절

by 사각사각

오늘도 점심시간에 어김없이 보건실에 들렀습니다. 혼자 특별실에 있다보니 가끔은 점심을 먹고 대화할 상대가 필요하죠. 저는 떠들석한 모임보다는 일대일의 조용한 대화를 좋아합니다.


보건샘과는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서 친해지게 되었는 데 참 포근한 분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저의 상황을 아주 잘 이해해주세요.


보건샘은 제 전용 컵도 사다 놓으시고 거의 매일 커피를 한잔씩 대접해 주십니다. 때로 음료수나 간식도 준비해 주시고요. 점심시간이라 아이들이 진료를 받으러 계속 들어오지만 친철하게 맞아주시고 또 다시 저에게로 돌아와 응대해주십니다.


학교의 정원은 상당히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한바퀴 돌며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 온몸이 노곤해지면서 매우 행복합니다. 늘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한 남학생이 야외수업을 외쳐대는 데 사실 저도 나와서 함께 따뜻한 햇볕을 쬐고 싶네요.


커다란 모과나무에 노오란 모과가 탐스럽게 열렸는 데 딱 하나만 가져다가 상큼한 향을 깊이 맡고 싶습니다. 알알이 빨갛게 익어가는 산수유도 마치 루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네요. 주렁주렁 풍요롭게 열렸던 감은 누군가 모두 딴 것 같구요. 작은 정자와 연못과 갈대를 지나서 새로 단장한 푸르른 인공 잔디에서 체육수업을 받는 아이들도 잠깐 구경합니다.


이번주는 갑자기 추워져서 피곤하기도 하고 온 몸이 추위를 견디려고 애쓰는 모양새입니다. 보건샘이 자기 전에 드시라고 쌍화탕을 주셨어요.


이제 보약이라면 일단 먹어보고 싶은 저는 감사히 받았습니다. 평온한 금요일 오후가 흘러가네요.


주말엔 푸욱 쉬시고 감기도 얼른 나으시고 월요일날 다시 만나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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