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영화관람을 상당히 즐깁니다. 드라이브를 가기에는 어쩐지 피곤한 주말이면 오전 내내 빈둥거리다가 가까운 공원에 잠시 가서 돗자리를 펴놓고 노닥거리거나 아니면 늘 "영화 한편 볼까?" 라고 의견을 맞춥니다.
남편은 저보다 훨씬 더 영화광입니다. 친구가 없으니 무료할 때면 언제나 영화를 봅니다. (일주일에 몇편을 볼때도 있고) 영화를 볼 때는 완전히 매료되어서 신이 나시면 약간의 춤도 추시고 뜬금없이 제 팔을 같이 흔들기도 하고 액션 영화를 보실때는 지가 총을 맞은 것처럼 온몸을 튕기기도 합니다.(자체 4D처리? 아메리칸들이 영화관에서 좀 이러는 듯? 아~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전에 매우 친하게 지냈던 미국아저씨 한분도 영화를 보러 가서 중간에 웃긴 장면이 있으면 미친 듯 큰 목소리로 웃어서 좀 창피해지곤 했는데요. 사실 미국 유머코드는 한국과 좀 달라서 조용한 가운데 혼자 낄낄거리며 웃는 상황이 발생합니다.(창피한 남자들과 다니는 것이 내 팔자인가)
아뭏든 저희는 함께 영화관람이라는 공통의 취미를 가지고 있네요. 남편은 제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 무척 신이 나셔서 인터넷으로 얼른 검색을 하십니다. 그리고 취향이 까다로운 제가 반대하거나 취소할까봐 아무거나 영화표가 있는 것으로 예매하고 저에게 때론 제목을 알려주지 않습니다.(복불복이냐) 시간은 보통 자기 마음대로 10분 정도 늦추어서 광고가 끝날 시간을 알려줍니다. 왜냐면 영화관에 일찍 들어가는 것도 싫어하시기 때문에..
어쩜..저는 10분전에 들어가 딱 앉아서 기다리며 광고까지 꼼꼼히 보시는 스타일입니다. 어느 장소이든 늦는 것을 질색합니다.
하지만 제가 남편님을 안 지 어언 십수년이 지났는 데 이 정도의 행동패턴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때로 저희는 영화관에 따로 들어갑니다. 제가 혼자 먼저 들어가고 남편이 뒤늦게 팝콘을 사들고 들어오죠. 거대한 체구의 남편이 쪼로록 얌전히 좌석에 앉아계시는 관객들을 비집고 중앙까지 파고 들어오시면 전 또 짐짓 모르는 사람인 척 하고 싶어집니다. (커다란 엉덩이를 어디에) 흑흑~
그러나 어찌됐든 다정하게 영화를 관람합니다. 가끔 공감을 하면서 눈도 마추치고 귀여운 표정도 짓고 때로 로맨틱한 장면이 나오면 얼굴에 살짝 뽀뽀도 합니다. 걱정마세요. 자체 19금 영화는 더이상 안찍어요.ㅎㅎ
밤거리를 걸어서 영화관을 나오며 오늘 본 영화에 대해 저는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저는 꽤 냉정하게 평가를 하는 편이고 남편은 그저 영화관람 자체가 목적이니 대부분 긍정적입니다. 영화라는 것이 열에 한두개는 엄지척을 할만큼 최고이고, 나머지 대여섯개는 고개를 까닥거릴 정도의 보통, 그 아래 한두개는 진저리를 칠 정도로 최악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남편의 기준이 명확치 않은 너무 후한 영화평은 믿지 않아요.
그러나 여유자적하게 함께 주말에 영화를 보고 밤거리를 걸어서 근처 마트에서 식료품 쇼핑을 한 후 집으로 평온하게 돌아옵니다. 이미 시간이 자정이 가까우니 저는 쓰러진 듯 잡니다.
나름 보람차고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주말밤이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