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일기 - 과자 한봉지

by 사각사각

어제 한 남학생이 제가 주전자 한가득 떠놓은 뜨거운 물을 바닥에 엎질렀습니다. 교과서를 영어실에 두고 다니는 데 자기 책을 가져가다가 조심성없이 주전자를 건드린 것입니다.

오늘 이 학생이 오더니 손에 화상을 입었다면서 엄살을 피우는 데 딱 보아도 멀쩡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천원짜리 과자 한봉지를 사달라고 합니다.


저는 은근히 협박을 하는 듯한 이 아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마디 냉정하게 따지면서 무시하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갈 무렵 얌전히 책상에 얹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걱정도 되고 미안해집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면서 "이따 쉬는 시간에 사줄께."라고 하였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 오백원짜리 두개를 주면서 "괜찮냐?"고 묻고 "과자 사먹으라."고 하니 씨익 웃으면서 날아갈 듯 교실을 나갑니다.


몸집도 성인처럼 커다랗고 헬스를 해서 나름 탄탄하고 힘 꽤나 쓰는 아이가 과자 한봉지에 저리도 기뻐하다니...그냥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고등학생은 개인차가 있지만 몸은 훌쩍 자라 성인같은 데 사고가 초등학생 같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고에 혼란이 오면서 가끔씩은 "대체 왜 이런 유치한 행동을 하는가?" 하고 진심으로 화가 나기도 하죠.


하지만 이제 17살..사실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몸은 성인이나 마음은 어린 아이여서 때로는 평소에는 매우 어른스럽지만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과자 한봉지을 사주며 살살 달래어야겠지요.오늘도 보람한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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