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강사로 일하면서 ...

by 사각사각

올해는 파트 타임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휴우~ 치열한 기간제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것이다. 교육청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더니 이제 반토막의 월급을 주고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반토막이 난 월급으로 인해 갖게 된 자유와 감사함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첫째, 나는 나만의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넓은 교실에 달랑 혼자 근무하는 것이 좀 어색하였다. 그러나 차차 익숙해져서 혼자만의 공간이 너무 행복하다. 수업을 하는 시간외에는 온전히 조용한 공간안에 혼자일수 있다. 이 무슨 호사란 말인가?


둘째, 소비 생활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 실수령액은 120만원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나는 건재하게 잘 살고 있다. 다만 이번 겨울에 베트남 여행을 다시 한번 갈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저축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지만 소비를 최대한 줄임으로서 매일의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쓰지 않는 다면 많이 벌어야 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의 자유를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이것은 번외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이들에 대해서 다시금 관심과 사랑의 마음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현재 맡고 있는 아이들은 최하위권의 학생들, 한반에 15명 정도이다. 영어 성적은 20점 이하.. 믿을 수 없는 점수이지만 사실이다. 20점대 후반만 되어도 중반으로 올라갈 수가 있다. 과연 영어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일까. 사실 반 이상은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도 때로 공부를 하려고 한다. 한 문장 해석에 사탕 하나를 준다면 해보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외부적인 보상을 주는 것에 때로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재적인 동기가 없다면 외부적인 보상으로라도 학습의지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려보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게다가그 사탕 값도 온전히 가난한 나의 주머니에서 나오니 너무 비난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좌충우돌,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낸다. 때론 책 한권 없이 깨끗한 책상위에 과자 한봉지를 옆 친구와 나눠 먹으며 떠드는 학생들도 있다. 여기가 영화관인가 무슨 개념없는 행동이냐 호통을 치면서 열이 리 끝까지 슥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체험한다. 또 다른 여학생들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기에 조용히 하라고 하면 "지금 중요한 얘기중이예요. 잠깐만요." 라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답변을 들을 수도 있다. 맨 앞에 앉아서 좀 열심히 듣는 듯 하던 녀석이 어느 순간 보면 슬며시 눈을 감고 돌부처 처럼 다.


아아.. 수업시간의 풍경이란 이렇듯 제멋대로이다. 그러나 때때로 이 아이들은 매우 사랑스럽다. 애정의 눈을 가지고 어린 제자들을 바라보는 것, 아직은 미숙하고 철없는 십대의 아이들임을 기억하면서. 이것이 교사로서의 기본자세인 것 같다. 매일 전쟁 같은 하루이지만 9월의 합창대회, 체육대회에서의 사랑스럽고 행복한 얼굴의 아이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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