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 응답하라 1988 :아름다운 드라마

by 사각사각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1988이라니 너무 내 나이가 티나는 데 심하게 공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드라마에 나오는 세심한 소품 하나하나가 다 어린시절에 집에서 익숙하게 보던 물건들이었다.(아놔~) 내가 굳이 굳이 나이가 들어보이고 싶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재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1998년 생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중에 몇몇은 2000년대생들이다.(예전에 우리가 하던 농담중에 어린 애들이 우리에게 맞먹으려 드는 것을 개탄하며 90년대에도 사람이 태어났냐 이런 농담이 있었는 데 2000년대 태어난 아이들도 있다. 휴우~)


어린 시절 우리집에도 장독이란게 있었는 데..^^

몇년전에도 아이들이 태어난 연도를 듣고 혼자속으로 "헐 이것들이 내가 대학 입학한 해에 막 태어나서 나에게 이렇게 까불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냥 아예 언급 자체를 자제한다. "헐..언제적 사람이야?"이렇게 혼자 중얼대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실제로 한번 들었다)


각설하고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소품들이 또렷이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 때 집에는 채널을 손으로 돌리는 20인치 작은 티비가 있었고 역시 손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까만색 커다란 전화기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퇴근길에 바닐라맛이 강한 투게더아이스크림을 사오셨고.

88올림픽도 물론 또렷이 생각이 나고 굴렁쇠를 돌리며 드넓은 경기장으로 들어오던 소년도 기억이 난다. 이외에도 드라마 장면 마다 추억속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응답하라 1994'가 대학시절의 풋풋하고도 아름다운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면 1988은 더 어린시절의 내가 살았던 기억을 되살려준다.

이런 드라마가 너무 좋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추억을 다시 생각나게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들어준다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막장드라마에 비할수가 없다.


게다가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각자 개성도 있고 끊임없이 잔잔한 유머가 넘친다. 모범생인데 시크하고 엄마와 대화를 하지 않는 남학생이 너무 공감이 되어서 슬며시 웃음이 난다. 엄마는 너무나 아들을 짝사랑하시고 사랑이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는 데 아들은 단답형 대답만 한다. 십대 아이들을 둔 어머니들의 고충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가장 기억이 나는 장면은 항상 둘째라서 생일을 홀로 챙겨받지 못한 딸에게 아버지가 동네 슈퍼앞에서 촛불이 켜진 케익을 건네주는 장면이었다. (이 촌스러운 장미가 얹어진 케익도 왠지 낯익다) 부녀지간의 따뜻한 대화가 오가고 정말 너무나 인간적이고 아름답다.


물론 나는 딸 둘만 있는 집에 장녀로 태어나 이런 둘째의 설움은 느껴본 적이 없으며 아들 못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자랐으나 나에게도 무뚝뚝하지만 나를 은근히 사랑하던 아버지가 있었으니 매우 공감이 된다. 경상도 사나이였고 신문사에서 편집을 하셨던 날카로운 지성을 가졌던 나의 아버지.


아~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면 이 가을 다정하게 영화 한편을 보고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 이제 사춘기 딸이 아니니 아버지의 독설도 참아낼 수 있고 아마 아버지도 예전 같이 날이 서 있진 않을 것이다.

아아~ 사랑해요 아빠!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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