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에게 눈물을 쏟게 했던 아이와 쉬는 시간에 단둘이 이야기를 해보았다. 거의 일년이 가까워 오는 동안 이런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는 데..
사실 1학기에는 이 아이가 너무 산만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해서 수업에 방해가 되어 계속 무시해왔었다. 하루도 제대로 공부하는 날이 없고 태도가 불량하니 수업 중에 잠을 자도 깨우지 않았고 혹시 지각이라도 하는 날이면 속으로 '아..오늘은 좀 쉬겠구나.' 하고 안도를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2학기가 되어서 귀요미 일진 학생이 새롭게 나의 반으로 배정되었다. 이 학생이 이 태도불량 아이과 친하여서 이 아이도 이제 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
오늘 대화를 나누어 보니 사실 영어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데 그래도 자기 딴에는 몇 마디씩 대답을 하는 데 내가 완전한 문장을 말하지 않는다고 무시하여서 이해가 되지 않았었던 것 같다. 결국 소통의 부재가 어느 정도는 있었던 거다. 물론 이 아이의 대답은 내가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만 아이가 기준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나도 이유는 충분히 있다.
그리고 평소의 행동을 보면 초등학생같은 미성숙함과 애정결핍도 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도 너무 싫어하는 티를 많이 내었던 것이다.
일진 학생은 이 아이의 절친으로서 내가 왜 자기 친구를 싫어하는지 계속 궁금한 듯 했다. 어느 날은 내 마이크를 가져가서(아, 귀요미니까 참는다. 나의 분신같은 마이크인데)친구들에게 인터뷰를 하면서 장난을 하더니 나에게도 묻는다. "그런데 샘은 ㅇㅇㅇ학생을 왜 싫어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두어 차례 듣고 나니 좀 반성이 되고 지난 시간에 가정교육 운운 한 후에 이 아이가 풀이 죽어서 조용히 자는 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일진 학생까지 옆에 딱 붙어서 나에게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은근히 자는 척을 하니 속이 뒤집어진다. 똑똑하고 나를 잘 따르기에 겨우 달래어 공부를 시켜보려고 하는 데 물거품이 되는 건가?
그리하여 주말 오후에 다시 이 불량학생에게 편지를 썼다. 그동안 계속 생각했던 이 학생의 태도 불량, 나에게 종종 하는 반말, 친구들에게 욕 하는 것(초딩도 아닌 데 여학생들과 투닥투닥하면서 수업 중간에 통통한 한 여학생에게 "돼지같은 년' 이라고 한다. 헐~ 그래서인지 이 여학생이 조금 다이어트를 했지만) 등등 개선할 사항들을 자세히 적었다.
그리고 끝으로 얼굴은 내 스타일이 아니나(?) 이목구비 뚜렷하고 까무잡잡하게 잘 생겼기 때문에 칭찬의 의미로 '중동 왕자같이 잘 생겼다."라고 썼다.
오늘 대화중에도 한참 잔소리를 한 후 잘생겼다고 마무리를 하니 감사하다며 좋아한다.(에라~돈도 안드는 데)
이 아이도 자세히는 모르나 아버지가 안계시고 나름 살아온 과정이 고단하여 표정 자체가 그리 밝지 는 않다. 불만이 섞여있고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부정적인 성격이 있는 것이다. 표정이 뚱하고 말투도 반말이니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두달이 채 남지 않은 2학기.
극적인 화해를 하면서 미운 마음 대신에 더 많은 이해와 측은한 마음을 가져야 겠다. 그간 이 아이도 자기 잘못을 잘 모르는 데(신기하게도 여러번 지적을 해도 아이들은 자기 잘못을 잘 모른다) 내가 싫어하는 태도는 분명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옆에 일진 학생은 유독 그리 예뻐하는 데. 이 일진 학생은 새사람이 되어서 바른 태도로 공부를 하고 머리가 좋고 립서비스도 뛰어나며 그리고 나쁜 남자의 성숙한 매력이 있는 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