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 내 나이를 묻지 마세요

by 사각사각

매주 주일날 영어예배에 참석한다. 영어예배에 참석한 지도 어언 십여년이 넘었다. 해외에서 영어를 공부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나의 말하기 실력은 모두 교회에서 쌓았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또 한해가 저물어가네..나이 잊을꼬얌 ㅎㅎ


그런데 이제 적지 않이 나이를 먹다보니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다. 이십대 초중반의 파릇파릇한 젊은이들이 주류인셈이다.


영어권의 사람들은 처음 만나도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이름과 간단한 호구조사 후 바로 수다에 돌입하는 것이다. 누구든 이야기만 잘 통하면 몇살 차이가 나든 형이나 동생이 아니고 그저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나이대별로 노는 방식이 다르니 약간 괴리감이 생길 때도 있으나 지난주에는 저녁을 먹고 배도 부르고 하여 수다를 떨기 위해서 이십대가 주류인 커피모임에 합석하였다.

처음 만나는 한국인 남자분이 있었는 데 외국인과 한국인이 섞여있으니 일단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본인이 27살이라면서 대뜸 옆에 앉은 나의 남편님에게 25이냐고 묻는다.


남편님 아직 볼살이 통통하고 상당히 동안이시라.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많아서 놀랄까봐 밝히기가 그렇다. 일단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의 위, 아래를 구분하여 호칭 자체가 달라지니 만나자마자 나이를 묻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바는 아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라 이제는 정확히 밝히기는 싫어진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당신보다는 약간, 아주 약간(강조하면서) 많다고 하면서 슬쩍 화제를 전환하였다.


영어권의 사람과 처음 대화할 때는 나이를 묻지 않는 것이 좋다. 함부로 나이를 추측하지도 마시라. 동양인인 우리가 복 받은 피부를 타고난 것이고 백인들은 개인차가 있으나 일단 피부가 빨리 늙고 그레이 헤어를 선호하여 염색을 잘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상당히 나이들어보인다.


어떤 50대 초반의 백인 여선교사님은 아프리카에서 10년 넘게 영어를 가르치다가 한국으로 오셨다. 그런데 하시는 말씀 "아프리카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십년 젊게 보았는 데 한국에 오니 십년 더 나이들게 본다."며 씁쓸하게 웃으며 농담을 하셨다. 그러니 절대 섣불리 나이 언급하지 마시라. 세상에 실제보다 나이 들어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담배를 사려는 십대가 아니고서야)


그러니 외국 사람과 통성명후에는 바로 가벼운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즐거운 화제로 넘어가시라. 워낙 파티 문화가 익숙하신 분들이라 어떤 화제를 꺼내든 대화는 술술 이어진다.

언어는 그 언어권의 문화에 적합한 대화를 하여야 비로소 원활해진다. 그리고 나도 이제 내 나이를 밝히고 싫지 않다. 이제는 가볍게 잊고 싶을 만큼 먹을 만큼 먹었다. (아이들이 물어봐도 대충 얼버무린다) 근데 상당히 동안이라는 사실...하는 행동이 아직도 영 철딱서니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도 늘 세상에 호기심이 넘치는 수줍은 소녀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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