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 아날로그 스타일로 살기

by 사각사각

컴퓨터와의 한판 씨름에서 깨끗하게 지고 나는 혼자 씩씩대다가 밖으로 나왔다. 오늘 오후의 날씨는 가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덥고 한 여름날처럼 햇살이 강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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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대출한 책을 반납할 겸하여 천천히 도서관쪽으로 걸었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바닥에 쌓여있고 먼저 떨어진 낙엽들은 형체를 잃어가거나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고운 빛깔을 잃은 낙엽들을 보면서 낙엽들의 시체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늦가을...아직도 눈부신 제각기 빛깔로 나의 시선을 빼앗는 단풍 나무들 사이로 걸었다.

오묘한 빛깔들의 어우러짐..저런 다채로운 칼라로 이루어진 드레스를 한벌 가지고 싶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디자이너도 이런 신비한 빛의 향연을 만들어낼수는 없을 것이다.


도서관에 도착하여 서고 사이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다양한 제목들을 쭈욱 훑어본다. 거의 모든 서고란을 누비면서 오늘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의 관심을 끄는 대여섯권을 무심하게 뽑아들고 여유로운 소파에 앉아서 읽기 시작하였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오늘의 기분에 맞지 않는 책은 몇 장 읽다가 밀어놓고 다음 책으로 옮겨간다. 책의 세상으로 서서히 들어가면서 아까의 울분이 조금씩눈녹듯 사라진다.


일본 작가의 수필집 '카즈오 할아버지의 선물'이 오늘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책이었다. 가방도 무겁고 하여 딱 한권만 대출해서 도서관을 나왔다.


집 근처에 매우 한가로운 던킨 도너츠 가게가 있다. 이층 창가에 자리를 잡으면 아무 눈치 볼 필요없이 몇시간이고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혼자 집근처로 길을 나서면 항상 들르는 곳이다. 집 근처에 이렇게 오래 혼자 놀 수 있는 고즈넉한 장소가 있다니 매우 감사한 일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저자인 카즈오씨는 60에 정년퇴직을 한 후 예전부터 꿈꾸던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평생 살아온 일본의 '나라'지역과 이탈리아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60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에 위안을 느낀다. 나도 언제가는 이런 소박하고 따뜻한 글과 아름다운 사진이나 삽화가 담긴 담긴 책을 내기를 꿈꾸면서...


오늘도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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