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일기 - 건담을 조립하는 남편님

by 사각사각

비오는 토요일 저녁 하루종일 먹고 자다가(역시 비오는 날은 온몸이 찌뿌등하군요) 오후 늦게 집을 나섰습니다.

빈스빈스 와플 냠냠~


오랫만에 저희가 자주 찾는 분위기 좋은 카페거리에 있는 맛있는 와플 집에 왔습니다. 와플 두조각을 경쟁적으로 흡입하고 각자 자기일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저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수험생 코스프레를 하고 있고 남편님은 건담을 조립하고 계십니다.


건담을 조립하고 있는 남편을 보니 어린 아이같고 상당히 귀엽군요. 옆에 할머니, 엄마, 아들, 딸로 이루어진 한가족이 오셔서 다정하게 수다를 떨고 계셨습니다.

남편이 건담을 꺼내자 마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반색을 하며 저희 테이블쪽으로 옵니다.

"아. 건담이다. 어디서 사셨어요?"


남편과 저는 커피숍이 너무 시끄럽기 때문에 늘 이어폰을 끼고 있습니다. 한결 조용하고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추천드립니다.


아이가 너무 사교적으로 묻는 데 남편은 대답을 하고 싶지 않은지 대충 얼버무립니다. 저도 딱히 거들말이 없어서 조금 미안하지만 모른 척 하였습니다.


때로 주말 오후에 드라이브를 가거나 영화를 보지 않는 날은 저희는 커피숍에 오래도록 앉아서 각자의 볼일을 봅니다. 대화를 약간하기도 하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혼자 있는 것과는 다른 결속감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스타벅스에 가면 혼자 노트북을 가지고 오셔서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커플들도 각자 핸드폰을 하는 등 자기 일을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결혼은 때로는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외롭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 사람이 저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때로 싸우지만 다시 화해를 하고 함께 살아가죠.


열심히 입을 다물고 집중하여 계속 조립을 하는 남편을 보니 소년 같기도 하고 사랑스럽네요. 역시 무언가 집중하고 있는 남자가 멋있는 거군요. (돈 버는 일에 집중한다면 더 멋있을테지만) 전 좀 과묵하고 대체로 조용하나 입을 열면 유머가 있는 남자가 좋습니다.(까다로운 기준이네)


일전에 남편이 조립한 건담을 다른 물건들과 함께 부엌 근처에 늘어놓아서 홧김에 바닥에 냅다 던진 일이 생각나는 군요. 저렇게 몇시간이나 만들었는 데 제가 던져서 한쪽 팔이 날아갔으니 이제야 미안해집니다.


그러나 전시는 어디 따로 자기방에 하지 않으면 물건들이 늘어져 있는 꼴을 보지 못하는 제가 또 화가 나면 내던질 수 있으니 조심해주길 바랍니다.


게다가 저는 지금 무늬만 수험생이지만 나름 가끔씩 공부라는 걸 하고 있다구요. 시험공부란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입니다. 의무감으로 도저히 외워지지 않는 어려운 내용을 외우고 있으니 관심있고 재미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죠. 게다가 전 나름 고시생이네요. 임용고시...공부할 양으로 보아 사법고시와 비견할만한 고시가 분명합니다.


범위도 딱히 없는 것이 영문학(영미권의 시,소설,희곡 전체), 영어학(문법쪽인데 전 아무리 들어도 잘 모르겠고), 교육학(이것도 한뼘은 되는 두꺼운 책의 이론을 달달 외워야 하고) 책이 무수히 많습니다.


일단 시험은 쌩난리를 치며 극적으로 접수를 하였으니 보아야겠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사실 별로 기대할 수가 없네요. 매번 공부할 프린트를 옆으로 제쳐놓고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저도 집중력이란 개코도 없으니 학생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예요. 헐헐헐~

행복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시길 바래요~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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