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외출을 해서 응답하라 1988 4회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 데 새벽에 깨어서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목이 영어로 can't help~ing 라니 얼마전 저도 교과서에 나온 숙어여서 예문도 들면서 수업을 했었는 데 이럴수가?
오늘 학교에 출근하여서 급히 UB40가 편곡해서 부른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라는 팝송을 유투브에서 찾았습니다. 가사는 네이버에서 찾아서 프로젝터로 칠판에 띄울 수 있게 한글에 복사해 두었고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혼자 신이 나서 노래를 미리 들어보았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좀 야한 장면이 나오니 보여주지 말고 노래 가사만 띄워야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응답하라 1988에 나온 노래라고 설명하고(근데 역시 여자 아이들 몇몇은 좋아하는 데 남자애들은 잘 모릅니다. 혜리가 나온다고 하니 꼭 본다는 남학생도 있었지만..아마도 세대차이 때문인지도) 영어 가사를 한번 설명해 주고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여기가 노래방이냐."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자신감있게 꿋꿋이 불러보았어요. 영어시간에 함께 즐겁게 팝송을 부르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즐거운 수업의 모습 중 하나이니까요. 수업시간에 부른 영어 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도록!
제가 부르니 아이들도 머뭇머뭇 시작하더니 하나 둘 같이 신나게 불러 줍니다. 2교시에는 연예인 학생이 아주 제대로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어서 즐겁게 불러주어서 너무 보람찬 수업이었습니다. 장난스럽게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루이 암스트롱 스타일로 부르는 데 어찌나 귀엽던지 그 전에 하도 떠들어서 "닥쳐라"(이제 제 공식 레퍼토리가 되었군요) 며 화를 냈던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일진 학생도 신이 나서 어깨춤을 들썩이며(원래 한춤하시는지라)열심히 부르고 요즘 한참 다른 반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셔서 덤으로 'Kiss me, darling'까지 한소절 불러주시네요.
그 다음에는 갑자기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싶다는 우리 철없는 다른 학생의 요구대로 그 학생을 지금 군대로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잠깐 들려주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어머니가 중학생 아들이 사춘기라 너무 말을 안들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싶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르네요. 왜 군대는 스무살부터 가냐고 하시며.
(오죽 열이 받으시면 중학생을 군대로. 정신교육은 제대로 할 것 같기도 한데요. 의외로 괜찮은 아이디어네요. 한달씩이라도?)
쉽고 간단하고 따라서 부르기 좋은 팝송 위주로 가끔 준비해보아야 겠어요. 수업에 대한 새로운 의욕도 생기고 저 역시도 너무 즐겁고 행복하였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온 덕선이와 정환이의 두근두근하고 풋풋한 짝사랑 장면도 떠오릅니다. 극중에는 삼각관계여서 덕선이는 계속 모범생인 선우에게 애뜻한 눈빛을 보내고 시크한 정환이는 겉으로는 냉담한 척 하면서 몰래 덕선이를 바라보고 있죠.
하지만 정환이는 아직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였고 통학 버스에서 이리저리 밀리는 덕선이를 계속 안타깝게 바라보더니 슬그머니 다가가서 뒤에서 온몸을 다해 팔뚝에 힘줄이 불끈 솟도록 덕선이를 보호해줍니다. 이 때 절묘하게 이 팝송이 흘러나옵니다.
(난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전 이 둘이 맺어졌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아~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환이의 마음. 무뚝뚝하고 어색하여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툭툭 내뱉는 대사도 너무 재미있고 저는 또 이 정환이의 나쁜 남자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자밀사랑에 이어 정환이가 내 스타일이라고 하니 한 남학생이비꼬듯 "또 바꼈어?"라고 하네요)
사랑의 마음은 어느 세대이든 아름다운 것입니다. 따뜻함이 필요한 이 쓸쓸한 가을 모든 것을 다바쳐 온 맘을 다해 사랑에 빠져보아요. 고등학생들도 연애를 하잖아요.